현대중공업과 효성의 변압기 입찰 담합이 일상화돼있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두 업체가 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3·4호기 변압기 입찰에 앞서 모의를 통해 효성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주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공익제보자로부터 두 업체간 입찰담합 관련 전화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입찰담합 전화통화 녹취록은 2014년 11월7일 오후 4시42분에 현대중공업 전력영업 담당자인 장모 부장과 효성 전력영업팀 소속이었던 김모 차장 간의 통화녹음이다.
통화내용을 보면 효성 김모 차장은 신고리 3,4호기에 들어가는 8100KVA 짜리 용량의 변압기 입찰에 효성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현대중공업 장모 부장에게 간청했다.
이에 장모 부장이 “이ㅇㅇ 부장은 그거로 해서 (너에게) 도움이 안 되면 넘기라고 그러더라고, 근데 도움이 되겠어?”라고 묻자 김모 차장은 “네 엄청 도움이 된다니까요. 제가 보여드릴게”라며 효성에 입찰을 밀어주라는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모 차장이 “LS산전은 안들어오냐”고 묻자 장모 부장은 “걔들은 알지도 못할 거야”라고 했다. 이어 김모 차장은 “어차피 제가 하기로 한 거니까, LS 뭐 늦게라도 알게 됐으면 제가 그 건 막을게요”라고 말해 통화 당일 이전부터 신고리 3,4 호기 입찰 담합을 모의해 왔다는 것을 반증했다.
이 밖에도 효성과 현대중공업은 입찰 담합으로 낙찰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40%에 가까운 막대한 이익 챙기기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통화내역에는 장 모 부장이 “아이씨 그거 돈 얼마 되지도 않을 것 같고”라고 말하자 김 모 차장이 “엄청 커요 이거는 예산이 7억이잖아요. 8100kva 잖습니까?”라고 답한 것도 담겼다. 장 모 부장은 “응. 그러면 무지 남는다”고 했고, 김 모 차장은 “ 에이 무지는 아니예요, 한 40%? 그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통화 내용과 마찬가지로 실제 한수원에서 실시한 2015년 신고리 3·4호기 예비 변압기 입찰에서 효성이 낙찰을 받았고, 현대중공업은 설계가 이상의 금액을 써내 탈락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효성, 현대중공업, LS산전 등 과독점 업체들의 입찰 담합은 어제 오늘의 아니지만 입찰 담합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과 걸려봤자 수천만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을 계속 악용하고 있다”면서 “2013년 답함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해당업체들은 아랑곳 않고 2014년에도 담합한 증거가 또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효성 등 관련 업체의 뿌리 깊은 입찰 담합을 이번에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새롭게 나온 담합 증거를 토대로 공정위의 철저한 수사와 이를 묵인하고 협조한 모든 비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징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효성과 LS산전은 지난 2월 한수원 비상전원공급용 승압변압기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효성을 낙찰자로 정하고 합의한 내용대로 낙찰이 이뤄지도록 서로 도운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을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과징금은 효성 2900만 원, LS산전 1100만 원으로 총 4000만 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