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지는 기업들… 희망퇴직이 늘어난다

입력 2018-10-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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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해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와 같은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아니지만, 희망퇴직이나 사업부 전환 배치 등 인력 재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정 산업군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조선업계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등 다양한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 OCI, 태양광 업황 악화로 희망퇴직=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CI는 업황 악화로 인해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해진 규모는 없고, 희망인원수를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OCI가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은 3년 만이다. 앞서 2015년에도 OCI는 140여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OCI가 다시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업황 악화 때문이다. 단적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했다. 태양광 발전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3분기 평균 현물가격은 1kg 당 11.04달러를 기록했다. 전 분기 평균 가격 대비 22.3% 하락한 셈이다. OCI의 폴리실리콘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5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연초만 해도 17달러 선을 유지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중국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 삭감한다고 밝히면서 급락했다. 태양광 설치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태양광 설치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OCI는 폴리실리콘 판매 가격 급락, 국내 가동률 하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OCI 측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선재 대응책으로 희망퇴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심각할 정도로 사람을 많이 내보내겠다는 뜻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재무 상황 악화에 인력 재배치= 두산중공업은 유급휴직과 계열사 전출을 검토하고 있다. 악화하고 있는 회사 재무 상황을 개선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희망퇴직 등 이른바 ‘강제 구조조정’을 피하고자 유급휴직이라는 차선책을 택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회사의 유급휴직 시기와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은 25일 직원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유급휴직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BG(사업 부문)와 관련 사항을 협의 중”이라며 “시행대상, 기간 등 세부사항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사내 인력의 계열사 전출도 검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발전 업계 저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회사 차원에서는 경영환경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자체사업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는 (주)두산으로의 인력 이동이 유력한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재무 건전성 악화에 따라 수년간 전방위적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별도기준 이 회사의 단기차입금은 2조9643억 원에 달한다. 앞서 진행된 두산밥캣 지분 매각도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두산중공업은 8월 두산엔진 투자부문 흡수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두산밥캣 지분 10.55%를 3681억 원에 전량 처분한 바 있다.

◇LGD, LCD 비중 줄여… 유휴 인력 희망퇴직= ‘비상 경영’ 중인 LG디스플레이 역시 이달 들어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받고 있다. 5년 차 이상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10월 초부터 3주간 신청을 받고, 희망퇴직자에게는 고정급여의 36개월 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주력 사업인 LCD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고 있어 비중을 줄여야 하는 직종에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전체 매출 중 LCD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하지만 LCD 시장 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LCD 패널 가격 하락 등으로 올 2분기까지 적자를 봤다. 3분기 깜짝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당장 4분기 흑자도 장담할 수 없다. 빠른 사업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9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LCD에서 OLED로 공정이 전환되면서 유휴 인력이 발생했다. 또한 희망퇴직자에 대한 요구도 있어 시행한다”며 “희망퇴직인 만큼 희망하는 사람만 받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확대에 회사 운명을 걸었다. 현재 중국 광저우 OLED 라인 추가 투자, 파주 10세대 P10 라인 투자, 중소형 OLED 생산 라인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투자 금액 총 9조 원의 대부분이 OLED 사업에 쓰인다. 지난해 영업이익(2조4616억 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OLED 사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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