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으로 리테일 직원들이 뭇매를 맞는 와중에 일부 증권사가 독일 부동산펀드 상품 판매를 강요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연말 인사시즌을 앞두고 성과 부담이 높아진 것을 교묘히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31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증권 본사는 지난달 21일부터 30일까지 지역본부 및 영업지점장들을 대상으로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판매금액을 실시간으로 공지했다. 이를 전달받은 지점장들이 지점 직원들에게 하달하는 방식이다. 할당된 금액은 300억 원이다.
B증권 역시 1시간마다 동일 펀드 판매와 관련해 개별 지점과 직원들의 판매금액을 공개하며 리테일 직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WM그룹과 리테일그룹 간 할당 금액을 두고 보이지 않는 내홍도 빚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펀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설정한 총 3724억 원 규모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내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에 지분을 투자하는 5년 만기 폐쇄형 공모 상품으로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 원으로 연 6% 중반대 수익률을 추구한다.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KEB하나은행, KB은행 등이 물량을 받아갔다.
문제는 이달 들어 증시가 폭락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증시가 좋을 때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들도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 경우도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코스피지수는 한때 2000선마저 무너져 ‘검은 10월’의 충격을 안겼다. 신용을 담보로 주식을 매매한 개인투자자들이 ‘반대매매’에 못 이겨 매물을 쏟아내면서 일반 고객들의 비난을 판매창구 일선 직원들이 고스란히 받아내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1~12월에 몰려 있는 인사 시즌을 앞두고 성과지표를 활용해 지점 직원들에 대한 상품 판매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점 직원은 “아무리 수익률 높은 부동산 펀드라고 해도 5년 만기 폐쇄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시황이 이런데 누가 선뜻 가입하려 하겠냐”며 “화난 고객들 대응만 해도 힘이 빠지는데 본사가 펀드 판매를 압박하는 것을 보면서 증권 노동자로서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직원들에게 상품 판매에 따른 스트레스는 필연적”이라며 “하락장이라고 상품을 안 팔 수는 없는 만큼 본사와 지점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