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 초부터 자동차부품사 대출 꽉 조였다

입력 2018-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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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종 ‘관리업종’으로 지정…‘은행권 압박’ 정부 뒷북대응 비판

일부 시중은행이 올해 초 자동차 업종을 엄격한 여신 심사가 필요한 ‘관리업종’으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은행장들에게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며 자동차 부품 회사 지원을 요청하기 수개월 전이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을 뒤늦게 알고 은행권만 압박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31일 “매출 규모가 100억 원 이하인 2·3차 자동차 협력회사들은 이미 2~3년에 걸쳐 매출이 떨어지고 비용을 그대로 지출해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며 “은행별로 자동차 업종을 관리업종으로 지정해 대출 한도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은 매년 해당 산업 전망과 건전성, 포트폴리오 편중도 등을 검토해 관리업종을 정한다. 관리업종으로 정해지면 좀 더 깐깐하게 대출을 심사해 대출한도를 줄인다. 통상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2차례 결정한다. 은행권은 2~3년 전부터 자동차 산업의 부진을 파악해 여신을 조금씩 줄여 나갔다. 한국은행 산업별 대출 통계를 보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산업 은행 대출금은 올해 2분기 기준 31조1954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31조9303억 원)와 올 1분기(31조9617억 원)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자동차 부품회사 연체율과 부도율이 당장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은행 대출은 전체 신용과 맞닿아 있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보루다. 그럼에도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 대출 부도율은 전체 중소기업 부도율(3.2%)을 1%가량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방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산업 전체가 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을 통한 1조 원 보증 정책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은행 직원이 보증서만 믿고 대출해준 뒤 나중에 부실이 생기면 책임을 져야 하는 탓이다. 앞서 한 임원은 “현재 금융당국이 내놓은 방법은 링거를 꽂아 생명만 연장하는 안”이라며 “금융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매출을 올리거나 구조조정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현재 금융감독원을 통해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을 고르는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도 내달 중순께 발표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차 부품 산업이 어렵다고 하니 미리 은행에 여신을 조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업계 실태를 파악한 뒤 11월 중 다른 부처와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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