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용비리가 크고 작음의 문제인가

입력 2018-11-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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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친·인척 특혜 채용 의혹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3월 무기계약직 직원 12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친·인척 108명을 포함한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논란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통해 “잘못된 통계로 인한 여론몰이식 정치공세”라고 자유한국당을 공격했다. 한국당 일각에서 제시한 친·인척 채용 비율이 통계 해석상의 오류로 인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사내 커플이 가족으로 분류된 경우가 많다”며 “엄청난 조직적 비리는 아니다”라고 사안을 축소시키는 데 급급했다.

상대 당의 공세를 좌시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이 민주당의 ‘우군(友軍)’인 민주노총과 관련된 데다 당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인 박원순 서울시장과도 연관될 수 있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대응 논리가 너무 궁색하다는 비판은 피해 가기 어려울 것 같다. 이번 사안을 관통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는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공정은 여권이 국정운영의 전면에 내세운 가치다.

채용의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공정한가’, ‘불공정한가’ 둘 중 하나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도 ‘채용비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큰 비리는 아니다’로 요약할 수 있다. 친·인척 특혜 채용이 100명이면 큰 사안이지만 10명이면 무시해도 될 사안이라는 것인지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이번 사안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국정조사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럴 때 집권여당의 역할은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백히 가려내는 것이다. 정치적 유·불리 계산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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