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도시재생] 흉물을 명물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폐공장

입력 2018-11-0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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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능 상실한 낡은 건물·시설, 시민들 위한 문화공간으로 조성

▲박원순(왼쪽 세번째)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선제분에서 열린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재생사업 선포식에서 문화공간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왼쪽 세번째)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선제분에서 열린 대선제분 영등포공장 재생사업 선포식에서 문화공간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곳곳서 방치됐던 건물과 노후시설이 도시재생과 만나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기능을 상실한 상업시설과 백화점, 노후 연수원과 사무실 등 낡은 건물을 보수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머물렀던 역사와 이야기가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신규 부지 확보 대신 기존 지역을 명소화하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래된 공장·군사시설→ 문화 공간 변경 = 서울시는 6일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도시재생 구상안을 발표하고 선포식을 열었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1936년 지어진 밀가루 공장으로 외관과 내부 구조가 모두 당시의 모습을 온전히 지니고 있다. 대지 면적 1만8963㎡에 곡물저장 창고, 제분공장, 목재 창고 등 23개 동이 들어서 있는 방대한 규모다. 현재는 2013년 공장이 충남 아산으로 이전하며 폐공장으로 남아있다.

이번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기존 공장 건물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대형 창고는 레스토랑과 갤러리카페로, 목재창고는 내부의 여러 기둥을 활용해 숲처럼 꾸며 조망 가능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대선제분 공장 주변의 보행 환경을 정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같은 지역경제 문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이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의 가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이 되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87년 역사를 간직한 옛 ‘체부동 성결교회’가 도시재생 방식으로 지역주민과 시민 오케스트라를 꿈꾸는 생활 문화인들을 위한 거점공간인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로 변신했다.

‘체부동 생활문화지원센터’ 건물은 1931년 건축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같은 굵직한 근현대사 속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지켜오면서 쌓인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미래유산과 서울시 1호 우수 건축자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기존 예배당 건물은 생활문화, 특히 오케스트라·밴드 등 음악 분야 활동공간인 ‘체부홀’이 됐다. 내부는 130여 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연습실로 구성돼 있으며, 더블베이스 등 오케스트라 연주에 필요한 다양한 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의 모습.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의 모습.

노원구 태릉 옛 북부법조단지 내에 시민생활사박물관(조감도)도 착공 중이다. 시는 2019년 3월 박물관 개관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 박물관 대중화를 위한 ‘박물관 도시 프로젝트’ 첫 성과물이다. 서울시는 2019년까지 공예박물관, 돈화문 민요박물관을 포함해 총 3개소를 추가로 건립한다.

이 지역은 북부지원과 북부지검이 이전한 뒤 주변 상권이 침체됐고 각종 시설이 방치되면서 도시미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는 시민생활사박물관 건립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6919.8㎡ 규모의 박물관은 근현대 이후 우리 이웃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평범한 일상 생활사를 전시할 예정이다. 또 법조 건물 특성을 살려 법정공간을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교육 공간도 들어선다.

도봉구 도봉산 인근에는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대전차 방호시설이 문화창작 공간인 ‘평화문화진지’로 개관했다.

1969년 북한군 남침 길목에 조성된 군사시설이었던 대전차 방호시설은 유사시 건물을 폭파해 통행을 차단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1970년 시민아파트가 조성돼 시민들이 거주했지만 2004년 건물 노후로 아파트 부분은 철거된 채 벙커와 각종 화기를 발사할 수 있는 구멍 등이 흉물스럽게 12년간 방치됐다. 서울시는 29억 원의 예산을 들여 문화공간으로 재생시켰다. 평상시에는 문화창작 공간으로 활용되지만 유사시에는 5동이 군 지휘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41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문화공간 ‘문화비축기지’로 재생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유사시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의 석유를 비축했던 이 공간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폐쇄됐다가 2014년부터 재생사업이 추진됐다. 기존 탱크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를 그대로 활용해 공간을 꾸몄다. 5월에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보행길로 변신한 ‘서울로 7017’이 개장했다.

관련 업계 전문가는 “20~30년 전 단순한 공장지대·노후시설들이 현재에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공간 도시재생 사업은 시민에게 공간의 옛 기능을 그대로 보여줘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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