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폭력은 국가·조직 책임"…남정숙 前 교수, 산재 신청

입력 2018-11-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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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첫 대학 성폭력 산재 신청

성균관대 재직 당시 동료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남정숙 전 교수가 대학 내 성폭력을 산업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했다.

남 전 교수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퇴계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근무 중 일어난 성폭력으로 육체적·정신적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재활보상부에 산재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대학 내 폐쇄적이고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노동 환경에서는 언제든 같은 이유로 근로자들의 산업 재해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성폭력)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적인 잘못이 아니라 성차별과 성적 침해, 괴롭힘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이라며 "이를 예방하지 못한 조직과 국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운데)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퇴계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근무 중 일어난 성폭력으로 육체적·정신적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김정희 집중지원팀 코디네이터(왼쪽)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변호사인 최주영 변호사가 함께했다. (김소희 기자 ksh@)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가운데)는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퇴계로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에서 근무 중 일어난 성폭력으로 육체적·정신적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김정희 집중지원팀 코디네이터(왼쪽)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변호사인 최주영 변호사가 함께했다. (김소희 기자 ksh@)

동행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변호사인 최주영 변호사는 "비정규직 교수나 강사도 근로자지만 정교수에 의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산재 신청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받게 된다면 대학가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무거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 전 교수는 성균관대에 비전임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4년 이경현 당시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전 원장은 남 전 교수의 폭로 이후 사직서를 냈으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다.

최 변호사는 "가해 교수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고, 교육기관 취업금지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산재 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신청이 성폭력 가해교수에 대한 대학가의 비정상적 옹호 문화에 대해 정부가 관심 기울이는 계기이자 대학 내의 부조리한 권력 구조가 변화하는 지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국미투생존자연대는 남 전 교수의 산재 신청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연대는 "남 전 교수의 산재 신청은 나아가 대학 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는 '선례'이자 '첫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남 전 교수의 산재 신청이,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을 재조명해 폐쇄된 교육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남 전 교수는 현재 공황장애, 우울증을 앓고 있다. 또 이로 인한 의식소실로 넘어져 인대손상이 일어났다.

남 전 교수는 "누군가는 산재로 떼돈을 벌려고 하느냐고 질문을 하는데, 떼돈을 벌 수 없다. 요양비와 병원비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며 "돈보다 산재 승인을 받는 게 중요하다. 산재 승인은 (미투운동) 다음 프로세스에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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