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신의성실인가..오락가락 판결에 기업만 `한숨'

입력 2018-11-08 15:50 수정 2018-11-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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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8일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통상임금 쟁점 관련 문제점를 이렇게 요약했다.

최근 기업들은 통상임금과 관련해 노조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3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정기상여금이 고정성·일률성·정기성 등의 조건을 갖출 경우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결 이후 노조는 회사에 과거 수당에 대한 증가분을 소급해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통상임금 지급으로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 ‘신의측(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 소급분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를 붙였다. 신의측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 2조 1항을 말한다.

경총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신의칙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는 계약 상대방에게 보호할 가치가 있는 보다 높은 신뢰가 있느냐는 것”이라며 “추가수당 지출로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는가는 사후적이고 외부적인 사실관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종래 대법원 판결을 믿었던 기업은 판례 변경으로 인해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 신의칙 쟁점과 관련해 같은 사건임에도 심급에 따라 정반대의 판결이 선고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은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 2심에서 각각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경영위기 문제는 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 법관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미나에서 신의측 논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아 기업이 소송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을 감당해야 할 경우, 총 5만500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러 산업군에서 특히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격한 노동비용 증가는 자동화를 통한 일자리 대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며 “자동차 산업 일자리 중 컴퓨터에 의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80% 이상이다. 이는 서비스업(16.9%)의 세 배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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