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포항지진 1년, 재난 안전체험관은 신청 폭주…"예약은 10분 컷"

입력 2018-11-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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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근처에 위치한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시민들에게 재난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재난 대처 방법을 재현해볼 수 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근처에 위치한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시민들에게 재난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재난 대처 방법을 재현해볼 수 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예약 시스템이 열리면, 10분 만에 한 달 스케줄이 다 찹니다."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인기의 주인공은 '재난 안전체험관'이다. 지하철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근처에 위치한 서울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시민 스스로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행동을 배우는 공간이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재난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대처 방법까지 재현한다.

8일 오전 10시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180여 명의 체험 인원으로 입구부터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체험관 1층에서는 선박·지진·태풍 체험, 2층에서는 화재 대피·지하철·승강기 체험, 3층에서는 건물 탈출·생활 안전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체험관에는 유독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김진용 광나루 안전체험관 운영총괄 교관은 안전체험이 오히려 성인에게 인기가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체험이라고 하면 주로 어린이가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즘에는 성인들이 더 많이 신청한다"면서 "오늘 오후 3시 전후의 예약자 180명 모두가 성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체험에 대한 관심은 나이, 성별, 직업을 따지지 않고 높다. 김 교관은 "체험 시간대별로 주말에는 90명, 평일에는 180명 정원을 정해두고 예약을 받는데,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피시방에 가서 예약하시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이 단체로 체험하기도 하고, 안전 교육이 의무인 외국계 기업 직원들이 단체로 신청을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애인단체나 노인단체의 체험 신청도 많다. 김 교관은 "그분들이라고 재난을 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최대한 체험하실 수 있게 배려한다"면서 "신체적으로 불편하신 분들인 만큼 특별히 안전에 신경써 체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선박 체험관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슬라이더를 타고 선박 밖으로 탈출하는 체험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시민들은 선박 체험관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슬라이더를 타고 선박 밖으로 탈출하는 체험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체험은 선박 안전체험이었다. 이 체험을 통해 실제 해상에서의 선박사고 시 구명조끼 착용법과 비상탈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선박 안전체험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새롭게 생겼으며,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체험을 위해 시민들이 '안전호' 선박에 올라타자, 순항하던 선박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며 비상벨이 울렸다. 이때 선박 안에서는 밖으로 대피해 계단으로 올라가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계단을 따라 올라간 뒤, 선박에 설치된 슬라이더를 타고 구명보트로 탈출하는 대피 과정을 체험했다.

6살 아이와 선박 안전체험을 마친 주부 장모(34) 씨는 "이런 체험을 아이들에게 여러 번 반복시켜서 재난이 발생해도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면서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도 이런 교육을 받았었더라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초속 30m의 태풍을 직접 겪어볼 수 있는 태풍 체험관에서 교관이 체험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태풍 체험을 한 뒤 일부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일부 어른들은 바람에 몸이 밀리기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초속 30m의 태풍을 직접 겪어볼 수 있는 태풍 체험관에서 교관이 체험을 앞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태풍 체험을 한 뒤 일부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일부 어른들은 바람에 몸이 밀리기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선박 체험을 마친 시민들은 태풍 체험을 위해 옆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태풍 발생 시 대비사항과 대피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발생한 태풍 '솔릭'과 비슷한 초속 30m의 바람이 체험관에 불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성인들도 몸을 휘청였고, 보호자와 함께 체험하던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움직이던 지하철이 멈추고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지하철 체험관에서, 시민들은 좌석 밑 레버로 지하철을 정지시킨 뒤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움직이던 지하철이 멈추고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지하철 체험관에서, 시민들은 좌석 밑 레버로 지하철을 정지시킨 뒤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시민들의 발걸음이 많았던 또 다른 체험관은 지하철·승강기 체험이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지하철 화재 시 안전하게 대피하는 요령과 승강기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방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시민들이 모형 지하철 칸 안으로 들어가자, 실제와 유사한 연기가 지하철 내에 가득 차면서 시야를 가렸다.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는 듯했지만, 곧 교육받은 대로 좌석 밑 레버를 내려 지하철을 멈춘 뒤, 문을 열고 무사히 대피했다.

체험을 마친 경기도 주민 신모(45) 씨는 "우리가 학생 시절 때만 해도 모든 안전교육이 주입식 교육이었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에 그쳤다"면서 "교육 영상을 10번 보는 것보다 이렇게 실체 재난을 체험하고 대피하는 경험 한 번이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체험관에서 아이들이 실제 지진의 강도를 느끼는 체험을 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자 교관의 지시에 따라 책상 밑으로 대피하며 떨어지는 물건을 피하고 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지진 체험관에서 아이들이 실제 지진의 강도를 느끼는 체험을 하고 있다. 지진이 발생하자 교관의 지시에 따라 책상 밑으로 대피하며 떨어지는 물건을 피하고 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모든 체험은 성인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체험관은 실제 재난의 정도와 규모를 비슷하게 재현했고, 체험자들은 지하철 모형이 멈추거나 연기가 나올 때 당황스러워 했다. 체험을 교육했던 교관은 "현실적이지 않으면 재난을 체감하고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체험에 현실성을 많이 부여했다"고 설명헀다.

일주일 뒤면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지 1주년이다. 이곳 안전체험관은 포항 지진 이후 지진체험만 특화해 운영하기도 했다. 김 교관은 "광나루 안전체험관은 씨랜드 사태 이후 2003년에 세워졌고, 체험관의 선박 안전체험은 세월호 사고 이후 새롭게 만들어졌다"면서 "최근 재난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체험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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