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숙의 참견] 조선산업, 이 위기를 기회로

입력 2018-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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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산센터 전문위원

조선산업은 화물의 운송에 관한 선박산업과 해양플랜트 산업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1950년대 정부 계획에 의한 선박 건조 지원으로 시작된 이래, 1970년대 이후 주요 육성 산업으로 채택되면서 경제발전의 주도적 역할을 해온 효자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동안 수차례 조선 경기의 변화를 겪으면서 경쟁력 제고에 노력한 결과, 2000년대 이후 수주, 건조, 수주잔량 등에서 세계 조선업계를 선도하였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유가 하락 및 세계 경제침체에 의한 물동량 감소와 중국의 국조국수(國造國輸) 정책 시행에 의하여 선박 건조 수요가 급감하더니 2016년에 이르러서는 수주 절벽에 직면했다.

조선산업은 해운, 항만, 철강 등 전후방 산업의 파급효과가 크고 관련 기자재의 연구개발, 설계, 생산을 위한 지식기반형 복합 엔지니어링 산업인 동시에 각종 전문인력이 요구되는 고용창출형 산업이다. 또 주문생산형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해상 물동량의 변화가 해운시장 등락을 좌우하는 경기순환적 특성을 가지며 짧게는 3~5년, 길게는 10~20년 주기로 호·불황을 반복한다.

조선산업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계약-착공-용골(龍骨)-진수-인도 과정에서 각각 건조대금을 지불하는 재무적 특성을 들 수 있는데, 원만한 자금 확보를 위한 사업 진행의 일정 관리는 대단히 중요한 몫이 된다. 특히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는 EPCI(상세 설계-조달-건조-설치)의 경쟁력 확보와,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범위와 구매 일정 등을 결정하는 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 부분의 검증능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지난 몇 년간 해양플랜트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뛰어난 시공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상세 설계와 조달 부문의 대비와 FEED 검증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턴키 방식의 수주에만 주력한 결과 공사 기간 지연 등에 의한 큰 손실을 겪곤 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국내 조선사는 자산 매각, 인력 감축, 자회사 매각을 통한 운전자금 확보 등 자구책을 마련해 장기적 불황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을 갖추었고, 해양플랜트사업 프로젝트를 대부분 인도함으로써 어닝 쇼크(기업이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한 불안감도 낮췄다. 이러한 노력과 조선 기자재업체들의 안정적 공급의 뒷받침으로 올해는 중국을 제치고 조선 3사가 세계 1위의 선박 수주량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위기를 경제회복의 기회로 만들기 위하여 다지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있다. 대폭 증가된 선박 건조 수주물량이 수출로 이어지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과 인력, 기술경영 대책 마련과 지원이 첫 번째 숙제다. 우리 조선산업의 불황은 세계경제의 불황에 큰 원인이 있다지만 해양플랜트 사업의 큰 손실을 초래했던 설계능력 부실은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해양 환경보호 및 규제 대응,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조선 기자재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전문인력 양성 등 핵심 역량을 키워가면서 본격적인 업황 반등기에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라고 느끼는 지금이야말로 역량 축적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실직자 문제 해결, 중소형 조선사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의한 새로운 일감 확보 및 한계상황에 이른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방안 마련 등 조선산업의 활력 제고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해결해 나감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교과부·여성부 자문위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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