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LG, 어디까지 바뀌나

입력 2018-11-09 14:19 수정 2018-1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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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사진> LG그룹 회장이 LG화학의 혁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LG그룹의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구 회장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의 교체를 시작으로 새로운 경영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故) 구본무 회장의 경영진들을 대부분 전격적으로 교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혁신기업인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말부터 LG화학의 이끌어온 박진수 부회장은 물러나게 됐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인물은 구 회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LG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LG가 인사를 주도한 만큼 구 회장이 관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언이다.

LG화학 인사를 시작으로 LG그룹은 구 회장 체제로 철저히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 5월 취임 당시 구본무 회장의 사람들인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6인의 부회장체제를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부회장의 퇴진으로 6인의 부회장 체제 역시 붕괴되면서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부회장들의 거취도 불투명하게 됐다. 권 부회장은 구 회장이 취임 직후 자신의 오른팔로 낙점하고 인사를 단행했고, 하 부회장 역시 그 과정에서 LG유플러스를 이끌게 돼 교체되기엔 아직 이르다.

구 회장이 전면적인 CEO 교체를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는 구본무 전 회장 역시 취임 후 첫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 3명을 포함해 총 354명을 승진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부회장들이 모두 60대 나이라는 점도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하는 이유다. 조성진 부회장이 1956년생, 한상범 부회장이 1955년생, 차석용 부회장이 1953년생이다. 40대인 구 회장이 ‘혁신’을 강조하는 만큼 각 계열사 CEO에 젊은 수장을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의 CEO는 교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부에서 LG디스플레이의 한상범 부회장의 교체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말부터 적자를 지속하다가 3개 분기만인 올 3분기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중국발 쇼크로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 역시 고비를 겪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경우 생산직 30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직원 80여명을 LG화학으로 전보 조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LG전자 등 다른 계열사의 CEO 교체는 아직까지 거론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임원 교체와 함께 당장 계열분리, 지배구조 정리를 위한 조직개편, 상속세 납부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조직 개편에 앞서 구 회장은 구본준 ㈜LG부회장과의 계열분리를 결정해야 한다. 일각에선 구 부회장이 전장사업 일부를 가져가는 식의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구 부회장의 역할에 따라 그룹의 조직이 재정비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개편의 기본 방향은 구 부회장의 ‘혁신’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신성장동력 마련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LG의 융복합 연구개발(R&D)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차세대 기술을 살펴봤다. LG전자의 ‘레이저 헤드램프’ 등 전장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과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AR·VR 분야의 기술육성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구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LG 100% 자회사인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분할하고 외부지분 유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상속세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지분 매각 등과 맞물린 조직개편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구 회장의 상속세는 ㈜LG만 두고도 약 7200억 원에 달하며 다른 지분까지 합치면 최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이달 말 ㈜ LG 및 LG CNS 주식에 대한 상속세 신고 및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할 예정이다.

결국 구 회장이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규모의 조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 절차를 마무리 짓는 동시에 불황에 빠진 일부 계열사도 챙겨야하는 상황에서 구 회장이 과거의 경영방식을 이어가기 보단 본인의 색깔이 뚜렷한 인물들을 CEO로 선임해 새판을 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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