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남기·김수현 라인, 경제 살릴 수 있겠나

입력 2018-1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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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2기 경제사령탑에 지명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시장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제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만 확인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람만 교체해 국면 전환을 겨냥한 인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청와대는 그동안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의 거듭된 불협화음으로 혼란이 가중됐던 점을 의식해 이번에 경제부총리의 ‘원톱’을 강조했다. “홍 후보자가 야전사령탑으로 경제를 총괄하고 김 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 후보자도 “경제정책은 부총리 중심의 대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김 실장 임명으로 청와대가 경제정책을 주도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김 실장은 문 대통령의 공약 수립뿐 아니라, 사회수석으로서 현재 정책 설계 및 추진에 가장 깊이 관여해온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가 경제의 비전문가임을 들어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정책실장으로 부적격이라는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김 실장 임명을 강행했다. 시장의 현실과 요구와는 거꾸로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 기조를 계속 고집하면서 더 세게 밀고 가겠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정말 걱정스럽다. 우리 경제는 갈수록 절망스러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5%, 내년 2.3%로 전망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보다 0.2%포인트씩 낮다. 무디스는 “한국 기업들은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과 최저임금 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고용 불안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지적한 것이다.

성장엔진도 꺼져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1∼9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8%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66.8%) 이후 가장 낮았다. 이를 두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는데, 경제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경고했다. 또 “투자·생산 감소와 가동률 하락의 악순환을 못 벗어나면 일자리 감소는 필연이고, 복지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한 그의 답답함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청와대의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람이 바뀌어도 정책 기조는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급한 것은 반(反)시장·반기업의 잘못된 소득주도 성장 방향을 ‘투자 중심’으로 대전환해 경제 활력을 높이는 일이다. 홍 후보자는 “매주 수요일 기업인들과 만나 소통하고 지혜를 빌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친화적인 정책으로 바뀌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새 경제라인에 그걸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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