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거수기·방패막이’ 사외이사 인식 바꾼다

입력 2018-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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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핸드북 배포·간담회 개최

금융당국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금융회사 사외이사 교육에 나선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는 게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내달 ‘사외이사 핸드북’을 배포할 계획이다. 올해 초 실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현장 점검 후속 조치다. 당시 점검 결과 사외이사가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3곳을 제외하고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미 경영진이 잘하고 있는데 괜히 방해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핸드북에는 사외이사의 구체적인 역할과 바람직한 지배구조 사례 등을 담는다. 금감원은 최근 외국 CEO 승계프로그램을 연구하려 외부 용역을 맡겼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는 CEO 후보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고 봤다. 임기 만료 한 달 전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후보자를 정하는 식이다. 외국 금융회사는 적어도 임기 만료 1년 전부터 다음 CEO 후보자를 찾는다. 여러 명을 후보로 올려 교육하고 역량을 평가한다. 내달 초 금융회사 사외이사와 임원을 모아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사외이사를 엄격하게 평가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으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하다. 개정안을 보면 사외이사 연임 시 외부 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무기명 설문조사 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도록 사외이사를 순서대로 교체하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2014년 KB사태처럼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역할을 제대로 못 해 일괄적으로 교체해야 할 때는 제외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법안에 사외이사가 일원으로 있는 로펌이 경영진을 변론하는 등 이해충돌을 막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올해 3월 기준 금융회사 93곳의 사외이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체 373명 사외이사 중 이해충돌이 있다고 판단한 사외이사는 총 30명이다. 주재성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가 속해 있는 김앤장법률사무소는 2016년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세금 소송을 대리했다. 지난해 4월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 변호를 맡은 로펌은 윤인태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해인이었다. 윤 이사는 뒤늦게 논란이 되자 사임계를 제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로펌 소속 고문이 사외이사를 맡으면 ‘일감 몰아주기’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회사 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살펴야 하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또 경영실태 평가 시 지배구조 부문 비율을 35%에서 40%로 강화했다. 종합 등급을 기준으로 시정 조치를 내리는 현재 경영실태 평가 제도 개선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 현재는 리스크 관리와 자본 적정성, 경영관리 등 부문을 평가한 뒤 종합등급 4등급 이하면 시정 조치를 내린다. 특정 부문 등급이 매우 낮더라도 시정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자본 적정성과 유동성, 지배구조 등 3가지 가운데 하나라도 ‘취약’ 등급이 나오면 제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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