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법농단 의혹 '키맨' 임종헌 구속기소…직권남용 등 30여개 혐의

입력 2018-11-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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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시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에 착수 5개월여 만에 이뤄진 첫 기소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임 전 차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가법상 국고 등 손실 등 30여 개 혐의를 적용했다. 공소장 분량은 242쪽에 달한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관련 △공보관실 운영비 집행 관련 등 네 가지 범주로 구성됐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위안부 손해배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등 임 전 차장이 재판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을 비롯해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의 법적 책임 감면, 박 전 대통령 측근인 박모 씨의 특허소송 개입,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연구관 보고서 유출 등에 대해서도 임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검찰은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박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건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하도록 임 전 차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던 법관들을 사찰하고, 대한변협 압박을 위한 시행방안 마련 및 시행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을 적용했다. 사법농단 의혹 수사의 계기가 된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의견이 다른 법관 등에 대해 징계사유가 아님에도 탄압을 한 부분 역시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최근 수사팀은 법원행정처로부터 리스트에 따라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판사 관련 인사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따져보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당시 영장 정보를 유출해 검토했다는 의혹, 영장 결정 이전에 영장 사본 등을 그대로 보고하도록 한 혐의 등도 임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법원행정처가 공보관실 운영비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3억5000만 원가량의 국고를 손실한 혐의에 대해서는 위계집행방해, 특가법상 국고손실, 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적용했다.

임 전 차장은 구속 전후로 진행된 검찰의 소환조사에서 혐의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대단히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차장을 구속 기간이 만료되기 전 기소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파악한 사실과 자료 등을 토대로 필요할 경우 추가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을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사건이 아니다”라며 “증거를 계속 보완 중이며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병대, 고영한,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롯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가 남아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이들과 공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19일 오전 9시30분 박병대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차한성 전 대법관을 지난 9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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