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제한 기조에도 글로벌 플라스틱 소비가 증가하며 석유화학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석유화학용 석유 소비가 점차 늘어나며 2025년이 되면 수송용 석유 소비를 넘어서 제1의 석유 소비처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태윤 국제에너지기구(IEA) 연구위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주최의 석유화학산업 전망세미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금지가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다회용 플라스틱에 원료가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다회용 플라스틱을 석유화학 원료가 들어간 만큼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원료 소비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다회용 플라스틱 패키징이 원료를 5배 더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2~3번만 사용하고 버리면 원료 수요가 늘어나는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정책이 이런 부분을 감안해 발표되진 않았다”며 “정책이 정교해지기 전까지 플라스틱 수요는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플라스틱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2025년도가 되면 자동차 등 수송용 연료로 사용되는 석유보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석유화학용 석유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은 미국·유럽 같은 경우 수송용 석유 수요가 플라스틱 소비수요보다 2배 이상 크고, 중국·인도 역시 비율이 높진 않지만 수송용 수요가 플라스틱용 소비보다 훨씬 크다”며 “그러나 2025년이 되면 모든 지역이 석유화학용 소비 수요가 승용차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석유화학 업체에는 긍정적이지만 정유 업체에는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연구위원은 “디젤·가솔린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석유화학용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정유 산업에 있어서 큰 도전 중 하나다”라며 “정유 산업의 수익 창출 구조는 수송용 연료를 파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최근 석유화학 쪽 진출을 많이 하고 있다”며 “석유화학 제품이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석유제품 수요 패턴이 변화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생각이 정유사의 석유화학 사업 진출 배경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 산업이 석유 전량을 수입하고 국내 수요가 성장하는 환경이 아님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 흥미롭다는 발언도 나왔다. 미국이나 중동 같이 피드스탑이 우위가 있는 지역이나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소비세가 증가하는 나라가 석유화학 산업을 주도하지만 한국은 예외인 상황에도 석유화학 산업을 리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환경에 있는 일본은 석유화학 및 정유산업을 축소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IEA가 한국을 재밌는 국가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특히 정유와 석유화학 산업에서 일본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이 산업을 점차 합리화하고 경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더 활발히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정유 산업 같은 경우 올해 일본 수준을 넘어섰고 석유화학 산업 역시 앞으로 일본과의 격차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한국은 일본과 처한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장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경쟁력 역시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반된 패턴을 보이는 걸로 설명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