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불발에 예산 정국 '급랭'…비쟁점 법안 90건 처리 무산(종합)

입력 2018-11-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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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의장 "국민 보기에 부끄럽고 유감…국회 책무 어기는 것"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국회 본회의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예산 정국이 급격하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국회는 15일 오후 2시 열기로 한 본회의가 두 야당의 불참으로 무산되면서 민생 법안 처리는 물론 내년 예산 심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본회의는 재적 의원 5분의 1 이상 출석으로 개의가 가능하지만, 법안 처리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민주당(129명), 민주평화당(14명), 정의당(5명) 의원 전원 참석에 무소속(7명) 의원 일부가 가세하면 절반을 넘길 수 있으나, 이날 과반이 달성되지 않았다.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은 본회의에 대체로 참석했다. 그러나 한국당(112명)과 바른미래당(30명) 의원들은 예고한 대로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당초 오늘 본회의는 여야 간 합의된 의사 일정이었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법안 처리에 필요한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민 보기에 부끄럽고 의장으로서 유감스럽다. 시급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않는 것은 국회의 책무를 어기는 것이고, 의장의 임무를 해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15일 오후 2시 열기로 한 본회의가 두 야당의 불참으로 무산, 민생 법안 처리는 물론 내년 예산 심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15일 오후 2시 열기로 한 본회의가 두 야당의 불참으로 무산, 민생 법안 처리는 물론 내년 예산 심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사진=연합뉴스)

오전에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원내대표간 비공개 회동을 통해 의사 일정 변경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여야는 본회의가 무산되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공방을 벌였다.

두 야당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 강행과 예산 국면에서의 경제팀 교체에 강하게 반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와 고용 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여당에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두 야당의 조 수석 해임 및 고용 세습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국회가 정상화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를 볼모로 국회를 파행시킨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억지를 부려서 파행시킨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추가로 야당과 논의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서로 대화를 하다 보면 양보할 수 있는 내용 자체가 아니다"며 "합의가 안돼 답답하다"고 전했다.

같은 당 권미혁 원내 대변인도 본회의 무산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오늘 본회의는 국민들로부터 법안 처리 실적이 낮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국정감사 후 처음으로 열리는 법안 처리 회의였다"며 "국민 생활에 필요한 제도 개선을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며 의원들이 공들여 심사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게 돼 국민들께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이어 "민생 국회가 복원되길 강력히 요청한다"며 본회의 개의를 거듭 촉구했다.

반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독단과 전횡이 있다면 국회에는 민주당의 독선과 아집이 있다"며 "국회를 무력화하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의도가 있었고, 집권당인 민주당은 청와대 출장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교섭단체 원내대표 3자 회동을 했지만 민주당이 야당의 고용 세습 국정조사 요구에 전혀 답을 하지 않고, 회피해 협상이 결렬됐다"며 "민주당이 이성과 양심을 회복해 국민의 요구를 받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평화당은 정부·여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국회 청문 과정에서 적격하다고 판단하지 못해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이 정부 들어서 벌써 8명째 강행하는 부분은 문제"라며 "두 보수 야당이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버티기로 본회의는 무산됐다"며 "국민 세비가 아깝다는 국민의 원성에 답할 낯이 없다. 명분 없는 보이콧에 납득할 국민은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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