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 CVID 다시 꺼낸 펜스 “북과 소통해달라”

입력 2018-11-1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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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북 비핵화 협상기조 FFVD로 바뀐 상황서 ‘강경 선회’ 촉각

펜스 “진전 있었지만 할 일 많아…문 대통령 “한미 동맹이 근간”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싱가포르/연합뉴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싱가포르/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5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용어를 다시 꺼냈다. 싱가포르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다. 이는 미국의 대북 비핵화 협상 기조가 다시 강경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에게 “궁극적으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비가역적인 방식(CVID)으로 비핵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북 비핵화가) 아직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CVID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미 협상을 주도하면서 FFVD(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로 바뀐 상황에서 다시 펜스 부통령이 CVID 용어 꺼낸 것이다.

그는 다만 문 대통령에게 “말씀해주신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을 만나기 위해 아세안+3 정상회담 모두발언까지 포기했다. 펜스 부통령과의 만남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9개월 만이며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된 후 문 대통령이 만난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문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 큰 진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정책의 근간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굳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 이행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국제 제재 틀 범위 내에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 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 협력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정상 대화 가운데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사아 총리, 리커창 중국총리.(싱가포르/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사아 총리, 리커창 중국총리.(싱가포르/연합뉴스)

면담을 마친 후 문 대통령은 뒤늦게 아세안+3 정상회담에 참석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비전 실현을 위한 협력강화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경제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세안+3 국가와의 협력 의지를 다지고 다자간 실질협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신남방정책을 통한 역내 지역 평화와 번영에 대한 다양한 정책 구상과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각국의 정상들은 올해 들어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한반도의 비핵화가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아시아 최고령인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 문제에 할애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그 대응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력을 제로(Zero) 수준으로 감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북한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북한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그것은 제재 일부를 줄이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마하티르 총리는 “그럴 때 북이 더욱 고무돼 완전한 감축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다”며 “북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관측할 수 있다면 북을 격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상은 전날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 등 북미·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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