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왔다.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이 지사의 도덕성과 정치 생명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부인 김씨 역시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만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씨 측은 경찰의 수사발표에 대해 “증거가 없는 추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사정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 경찰은 “19일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김씨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고, 추후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세부적인 판단 결과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밝힌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올해 4월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의를 위하여’라는 닉네임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면서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 사실을 해당 트위터에 유포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과 아들 준용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추가돼 있다.
수사 결과 김씨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문제의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면서 이 지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 지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치인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왔다.
해당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가 누군지 찾기 위해 경찰은 그간 트위터에 올라온 4만여 건의 글을 전수 분석해 소유주의 정보를 파악했다. 이 가운데 이 트위터에 글이나 사진이 올라온 직전과 직후 같은 사진이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
결정적인 사례 중 하나는 2014년 1월 1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이 지사의 대학입학 사진이 혐의를 포착하는데 결정적인 역학을 했다. 김 씨가 카카오스토리에 사진을 올린 10분 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같은 사진이 올라왔던 것. 이 사진이 2곳에 게제된 지 10분 만에 이재명 지사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같은 사진을 올렸다.
당시 일부 네티즌은 이 지사 트위터보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에 관련 사진이 먼저 올라온 점을 근거로 ‘혜경궁 김씨와 이 지사가 가까운 사이’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이에 이 지사 측은 직접 나서 김씨가 카카오스토리에 먼저 올린 사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네티즌 제기 의혹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나 =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워낙 많아 혜경궁 김씨와 김씨가 동일인이 아닌 상황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다.
특히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은 2016년 7월 중순까지 안드로이드 단말기에서 작성됐다가 이후 아이폰에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과도 일치한다고 경찰은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 같은 경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김씨는 물론 이 지사 또한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은 김씨의 소유가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혜경궁 김씨'라는 별명은 네티즌들이 해당 트위터 계정 소유주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성남 분당 거주', '여성', '아들을 군대 보낸', 'S대 출신', '음악 전공' 등의 단서를 취합해 김씨라고 의심하면서 계정주에게 붙인 것이다.
수사결과와 비교할 때 네티즌 수사대가 제기한 의혹은 상당부분 사실이라는 경찰 판단이 나왔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올해 4월 8일 전 의원이 자신과 문 대통령에 대해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트위터 계정주를 고발하면서 시작돼 7개월여 만에 잠정 결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