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분석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미경제연구소(KEI)가 1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Political and Economic Implications of the U.S. Mid-term Elections(2018 미 중간선거 결과가 대북 및 통상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번 세미나에서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KEI 소장, 스탠리 로스(Stanley Roth) 전(前)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타미 오버비(Tami Overby) 맥라티 어소시에이츠(McLarty Associates) 선임 자문(전 US-Korea Business Council 회장) 등 미국 현지의 외교·통상 전문가들이 새로 구성되는 미 의회가 향후 대북정책과 통상정책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재영 KIEP 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향후 미국 및 한국 정부의 대북 및 통상정책 수립에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두 개의 세션에서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대북관계와 통상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캐슬린 스티븐스 KEI 소장은 중간선거에서 ‘상공하민’을 가져온 요인으로 이민, 카바노 대법관 인준, 헬스케어, 여성 관련 이슈(동등한 고용 기회 제공),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과 분열주의를 꼽았다. 스티븐스 소장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함으로써 입법부의 감독권(Congressional oversight)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원에서는 러시아의 미국 선거개입 의혹과 중동 관련 이슈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안보위협 및 비핵화, 인권 문제 등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대외정책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리 로스 전 차관보는 “한미 동맹은 과거와 비교하면 더욱 강화됐으나 정책적으로는 여전히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성장을 위한 남북철도 프로젝트, 1억 달러 규모의 북한 산림복구 프로젝트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와 관계 정상화 이전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 타미 오버비 선임 자문은 상원과 하원을 공화당과 민주당이 차지한 의회(divided Congress) 구성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오버비 선임 자문은 “한·미 FTA 재협상 같은 양자 주의에 입각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잘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 권력 견제를 위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비준을 전략적으로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은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상원을 지킨 결과를 자신의 정책에 대한 지지로 간주하며 향후 유럽연합(EU), 일본과의 무역협상에서 지속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로이 스탠가론 KEI 선임 국장은 이번 선거가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 대한 중간평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 중간선거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 이슈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통상정책 전망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향후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한국산 자동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부문에까지 적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15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중국 무역 협상이 6일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의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