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마침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진검을 빼들었다. 대통령이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전ㆍ현직을 통틀어 헌정사상 처음이다.
19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달 중순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을 동원, 이 전 대통령과 그 일가를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적폐청산에는 ‘무관용’을 고수하겠다는 국세청의 원칙론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달 미국 연방국세청 IRS가 이 전 대통령과 아들 이시형 씨에게 국세청에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소환장을 발부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착수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미 국세청은 이 전 대통령 소유로 드러난 다스의 미국 법인이 탈세와 돈세탁 창구로 이용된 것으로 판단, 이 전 대통령과 이시형 씨에게 이달 5일까지 뉴욕에 있는 범죄수사국 본부로 출두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국세청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를 위해 국제거래조사국을 투입한 것은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짙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추가 기소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거래조사국 업무 특성상 역외탈세 혐의 정황이 있는 경우 조사에 착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세탈세혐의로 검찰 고발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 전 고위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역외탈세 전담 조사국이 조사에 나섰다면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올해 초부터 이 전 대통령과 관련 있는 기업을 상대로 잇달아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 전문업체 홍은프레닝(본보 11월 19일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종료하고 조세포탈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