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해소 나선 LG그룹, 구본준 계열분리가 관건

입력 2018-11-19 15:27 수정 2018-11-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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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구본무 전 회장이 타계하면서, ‘4세 경영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이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의 숙부인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계열 분리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LG가(家)는 후계자가 정해지면 경영에 참여했던 다른 오너 일가가 분가하는 전통이 있다. LS, LIG, 희성 등이 LG에서 계열분리된 대표적인 곳이다. 또 공정거래법 강화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 구본준 부회장 계열분리 촉각= 19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지배구조의 최종 변수는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다. 구 부회장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LG그룹 내 일부 계열사 분리 △㈜LG 지분 매각 후 일부 사업과 맞교환 △㈜LG 지분 유지하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된다.

먼저 구 부회장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전장·전자 부품 사업 등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는 점에서 계열 분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일각에선 LG상사를 구본준 부회장이 계열 분리로 가져갈 가장 유력한 계열사로 점치고 있다. 판토스 매각이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얘기다. LG상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다. 다만 LG상사 전체를 구 부회장이 인수하는 것이 아닌 회사분할을 통한 일부 사업부와 판토스를 떼어내 인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구 부회장이 ㈜LG 지분을 통해 가져가는 배당금이 1년에 150억 원에 달하는 만큼, 당분간 계열 분리를 하지 않고 우호지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룹 4세 경영을 보다 안착시킨 후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구광모 회장 친부인 구본능 회장이 최대주주(42.1%)로 있는 희성도 계열분리 시나리오에 등장한다. 희성은 비상장사인데다가 LG그룹과 완전히 동떨어진 지배구조를 갖췄다. 구본준 회장이 구본능 회장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더라도 크게 문제가 없는 구조다.

구본준 부회장 장남인 구형모 LG전자 선임이 100% 지분을 가진 지흥도 관심 거리다. 지난해 LG그룹은 LG상사를 지주사에 편입하며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나섰다. 현재 유일하게 지주회사 체제 밖에 남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지흥 뿐이다. 올 초 지흥은 모든 사업부문을 매각하며, 사실상 빈껍데기 회사로 남았다. 구 부회장이 (주)LG 지분을 처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에 나서는 경우, 지흥이 새로운 회사로 재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 일감몰아주기 논란 피하자… 선제 작업= 최근 LG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한 작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 소모성 자재를 구매대행(MRO) 사업을 하는 서브원을 오는 12월1일 2개의 회사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 후 존속 회사는 건설, 건물관리, 레저사업 등 분할대상 사업부문을 제외한 사업부문을 담당한다. 회사 명은 S&I(에스앤아이, 가칭)다. 분할 후 설립회사 명칭은 기존 서브원을 그대로 가져가며, 주요 사업은 MRO다. LG그룹은 또 분할하는 서브원 MRO 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홍콩계 사모펀드 운영사인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 분할 및 매각은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무관치 않다. 서브원은 LG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 소모성 자재구매를 맡기려고 만든 회사다. MRO 외에 건설과 레저 부문 등 3개 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조8938억 원, 2109억 원의 영업 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로 성장했으나 전체 사업 중 59% 비중을 차지하는 MRO 사업은 특성상 내부거래가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지분을 50% 이상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서브원은 LG그룹 지주사인 ㈜LG의 100% 자회사이며 LG그룹 오너일가의 ㈜LG 지분율은 46%가 넘는다. 대기업 중에서는 LG그룹이 유일하게 MRO 사업을 담당하는 서브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또 LG는 구광모 ㈜LG 회장 등 LG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류계열사 판토스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판토스는 LG상사가 지분 51%를 보유해 최대주주이고, 구광모 회장(7.5%) 등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이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지주회사 ㈜LG와 LG상사, 판토스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로 단순화함으로써,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대한 국민의 눈높이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구 회장을 비롯한 LG 특수관계인들의 판토스 지분율 19.9%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기준인 20%에는 못 미치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 자체도 해소된다. 매각대금은 1000억 원 이하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이 자금을 부친인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자산의 세금 납부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이 내야 할 ㈜LG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약 7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일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8.8%를 상속해 지분율을 15%로 높이며 LG그룹 지주사의 최대 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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