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는 중요한 3가지 ‘성·장’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성·현실성·수용성이 미흡하고, 시장·현장·성장은 무시됐다. 예컨대 민간의 LNG 가스 발전사업자는 올여름 폭염 속에서 가동률을 높여 전력피크 대처에 기여했지만 정작 지속적 손해만 보고 있다고 불만이 크다. 정부가 탈원전을 하겠다고 LNG 발전을 늘려 발전 비용은 증가했는데 전기요금은 그대로이다 보니 정부가 전력시장에 대한 충분한 비용 보전을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재생에너지를 급격히 확대한다면서 태양광 설치에 보조금을 쏟아 붓지만, 정작 우리 국토에 설치되는 태양광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대부분이다. 풍력발전 설비 시장도 덴마크, 독일 제품이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우리의 기술 시장과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급속히 밀어붙이다 보니 우리의 기술을 개발해 우리 시장이 수요를 감당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시장 무시로 초래된 다른 큰 피해 사례는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중단에 따른 인근 주민의 재산 피해, 민간 기업의 매몰비용이다. 정부는 적법한 중단 절차나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이 신규 원전 백지화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원전 예정 부지나 그 인근 주민들의 수많은 재산상의 피해나 손실, 그리고 관여했던 기업들의 피해 등에 관해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채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규 원전 6기의 백지화를 추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원전의 안전성을 이유로 가동률 또한 낮췄다. 그만큼 석탄과 LNG를 더 사용하게 됐고 이는 그대로 한전의 적자 누적으로 나타났다. 한전 사장은 두부가 콩값보다도 더 싸니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된다고 하소연하나,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약속에 묶여 못 들은 체하고 있다. 전력단가가 1kWh당 원전 66원선, 석탄 90원, LNG 125원, 태양광·풍력 163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비싸다. 탈원전을 하면서 신재생을 대폭 확충해 나가는 독일은 전기요금이 우리나라의 3배 가까이 된다. 정부가 탈원전을 하고, 신재생을 확충해 나가면서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공약이다.
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 “원전이 위험하니 원전을 줄여나가는 대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나갑시다. 대신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의하십니까?”라고 국민에게 물었어야 한다. 국민은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전문가들에게 물어서 원전 축소의 속도나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를 정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절차가 생략된 채 정부의 일방적 선언과 추진이 뒤따랐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흐름과 방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화석에너지 시대가 저물고 저탄소 경제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명박 정부 때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은 이미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또 이 기술을 산업화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녹색성장(Green Growth)’이라는 말도 이때부터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문제는 속도다. 나는 국정감사 때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 좋다. 그러나 태양광을 설치하기 위해 멀쩡한 산을 깎는 등 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해서는 안 된다. 또 주민 수용성의 범위 내에서 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시장과 현장이 충분한 준비를 갖출 수 있도록 소통하고 배려해야 한다.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를 20%까지 확대한다고 하는데, 나머지 80%는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가? LNG만으로는 도저히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지키려면 석탄을 늘릴 수도 없다. 결국 우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전을 충분히 가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좋은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 저렴한 공급, 친환경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서 정부는 시장 및 현장과 반드시 소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