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사노위 反기업·親노동, 사회합의 되겠나

입력 2018-1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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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해고자·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 및 활동을 인정하라는 권고안을 내놓자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 요구인데, 사실상 정부 입장이다. 권고안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 직급 제한 폐지, 퇴직공무원 및 교원의 조합원자격 노조 자율 결정,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조항 삭제 등도 포함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 주장을 거의 수용한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그동안 경영계와 노동계가 충돌해온 민감한 사안이다. 핵심협약은 결사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단체교섭권 보호, 강제근로 금지 등을 규정한 8개 조항이다. 우리나라는 공무원·교원 노조 결성, 해고자 노조 가입 등과 관련된 4개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 조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현행 국내법과 상충한다. 공익위원 안을 받아들이면 이들 법을 모두 고쳐야 한다. 이 경우 해직교사가 조합원으로 있는 이유로 법외노조가 된 전국교직원노조도 합법화된다. 공무원과 교사들의 파업이 가능해진다.

경영계의 우려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권고안이 국내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노조 천국(天國)’을 만들자는 내용이 엄청난 부담이다. 거대 귀족노조가 툭하면 불법파업을 되풀이하는 현실에, 또다시 강성노조 난립과 산업현장의 혼란이 불보듯 뻔하다.

기업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경제포럼(WEF) 등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 노동시장 경쟁력은 늘 꼴찌 수준이다. 대립적 노사관계, 해고 어려움 등 낮은 노동유연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고질병이다.

ILO 핵심협약은 나라마다 노동시장 환경이 다른 탓에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 회원국 사정에 따라 자율로 비준할 수 있다. 8개 조항 가운데 미국은 2개만 비준했고, 일본 6개, 호주 7개 등이다. 노사문제가 별로 없는 나라들인데도 그렇다. 우리 또한 척박한 노사관계 현실을 감안하고, 국가경쟁력의 득실을 따져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경사노위는 고용노동 정책뿐 아니라 관련된 경제·사회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다. 그런데 이번 공익위원들의 권고안은 일방적으로 노동계의 손만 들어주었다. 반면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선진국들도 시행하는 사용자 권리는 외면했다. 대립적 노사관계의 접점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갈등 요인만 키우고 한국에서 기업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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