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법률-상속] 예금채권 분할, 공동상속인 전원 동의 요구하는 은행

입력 2018-11-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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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속재산의 분할이란 상속개시로 인해 생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유관계를 종료시키고, 상속분에 따라 이를 분배함으로써 각자의 단독소유로 확정하기 위한 배분절차를 일컫는다.

현실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상속재산분할은 예금채권에 대한 것이다.

대법원은 “예금채권과 같은 가분채권은 상속 개시와 동시에 공동상속인들에게 그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돼 승계되므로,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공동상속인들에게 각 법정상속분에 따라 분할돼 당연승계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각 상속인들은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의 법정상속분에 상당하는 예금채권을 은행에 지급 청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은행들은 예외 없이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구해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의 내부업무규정상 상속 예금채권의 행사는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 전원의 의사에 기초한 공동 지급청구에 의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또 공동상속인들 중 일부가 법정상속분에 따른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법정상속분과 다른 내용의 유언이나 상속포기,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존재할 수 있어 공동상속인들 중 일부의 예금 등 지급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은행의 주장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입장은 “은행이 내세우는 내부업무규정 등은 은행 내부의 업무지침 내지 처리절차에 불과해 공동상속인 중 일부의 상속예금지급청구권의 행사를 저지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있어 은행이 공동상속인 중 일부의 상속예금지급청구를 계속 거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행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이중변제의 위험성이다. 은행들은 이러한 이유를 내세워 민법 제487조 후단에 기초해 이루어지는 채권자불확지 변제공탁을 하기도 하고, 변제공탁없이 단순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 민법 제487조 후단은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해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란 객관적으로 채권자 또는 변제수령권자가 존재하고 있으나 채무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도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법원은 은행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도 각 상속인별 구체적인 상속채권액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채권자불확지 변제공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근거는 △공동상속인들 중 일부가 피상속인으로부터 특별수익을 받았기 때문에 인출 청구인의 그 해당 예금채권에 대한 구체적 상속분이 법정상속분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공동상속인들 중 일부에게 기여분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 상속분과 법정상속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구체적 상속분과 법정상속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법정상속분을 기준으로 공동상속인 중 1인에게 예금을 지급하는 경우 다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이중변제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결국 은행이 채권자불확지 변제공탁을 하면 상속인으로서는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있거나 상속재산분할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해당 예금채권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끔 은행 실무자들이 상속인에게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받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공동상속인들 간에 별다른 다툼이 없고,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경우다.

현실적으로 상속인들 사이에 구체적 상속분이 법정상속분 대비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고, 금액이 크지 않을 경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급을 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책임 부담의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다. 이런 경우 은행은 변제공탁을 하지 않는다. 즉 은행이 변제공탁을 하지 않는다면 상속인에게는 좋은 시그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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