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은 곤 회장을 해임한 영향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요 회의가 중단되거나 연기됐으며 르노·닛산·미쓰비시연합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3사 연합의 전략회의가 중단됐으며 국내외 부품업체들을 소집해 향후 생산계획을 설명하는 회의도 연기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곤 전 회장이 3사 연합의 유일한 사령탑이었다며 ‘부재’ 영향이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3사 연합은 26일 중국 우한에서 곤 전 회장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향후 중국시장 전략을 가다듬는 ‘얼라이언스 회의’를 열 예정이었다.
특히 닛산은 일본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며 전 세계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등 중국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급성장해왔지만 올해는 28년 만에 신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영진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곤의 해임으로 부품업체 등 거래처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날 요코스카에 있는 닛산 주력공장에서 향후 생산과 개발 계획을 설명하는 회의가 있을 예정이었지만 곤 전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회의가 연기됐다. 부품업체들이 생산설비 신설 등 투자계획을 검토하려면 이런 회의가 필수적이지만 다음 일정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일본 내 판매 쪽에서는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다. 대리점을 방문한 손님 등은 줄지 않았으며 TV 광고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도쿄 지역의 한 판매회사 관계자는 “닛산은 기업 지배구조 체제를 제대로 검토하기 바란다”며 “완성차 부정 시험 문제도 있다. 이대로라면 닛산에서 고객이 떠날 것 같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곤 회장의 해임을 놓고 일본과 프랑스, 미국 등 서구권 사이에서 온도차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카를로스 곤이 회사 자금으로 호화주택을 사고 양조장에 투자하는 등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르노와의 합병을 거부하는 닛산 측의 쿠데타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WSJ는 르노 이사들이 곤 전 회장을 다루는 닛산의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르노 이사는 “이는 아주 매우 폭력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프랑스 정부가 언론을 통해서 곤 전 회장 관련 소식을 처음 접했으며 실제로 이 단계에서 다른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프랑스 정부의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곤의 몰락을 통해 닛산과 르노가 서로에 갖는 불신도 표출되고 있다. 닛산은 자사가 르노보다 훨씬 덩치가 크고 수익성도 좋지만 오히려 르노에 끌려다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WSJ는 닛산의 직원 상당수가 외국인들이 진급이 더 빠르고 월급도 많이 받는다며 불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르노 노조 관계자 일부는 거꾸로 회사가 ‘닛산화’하는 것은 아닌지 오랫동안 우려를 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