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올림픽팀명 ‘차이니스 타이베이’ 유지…탈원전도 ‘부결’

입력 2018-11-2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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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법원 ‘동성혼 합법화’ 권고에도 ‘반대’ 우세

▲24일(현지시간) 대만 국민투표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결과를 본 한 성소수자(LGBT) 지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타이페이/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대만 국민투표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결과를 본 한 성소수자(LGBT) 지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타이페이/로이터연합뉴스
대만 올림픽 팀명을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Taiwan)’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도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25일(현지시간)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대만 이름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항목에 476만 명이 찬성해 부결됐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493만 명)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기존 팀명인 차이니스 타이베이에서 차이니스를 없애고 대만의 이름을 찾자는 이번 시도는 사실상 중국으로부터의 독립 의지를 묻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다수의 대만인은 현상유지를 택한 것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집권 이후 지속해온 ‘탈중국화’ 정책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양안관계 악화로 인한 정치적·경제적 고립에 대한 위협감이 심해진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6년 독립 지향의 차이 총통이 취임한 후 중국은 외교·군사·경제적으로 대만을 압박했다. 중국의 압력으로 엘살바도르, 파나마 등 5개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끊기도 했다.

연합보가 지난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7.6%가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관계 처리 방식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CO)가 대만 올림픽위원회에 참가명칭을 변경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세 차례나 경고하면서 선수들이 실제로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한편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대만의 탈원전 정책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차이잉원 정부는 전기법에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단 시기를 못 박았는데 투표에서는 해당 전기법 조항을 없애자는 항목이 통과됐다.

동성혼과 관련해서도 대만 사법부의 판단보다 훨씬 보수적인 결과가 나왔다. ‘민법상 혼인 주체를 남녀로 제한(민법상 동성결혼 금지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에 70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동성혼 합법화 대신에 ‘민법 외에 다른 방식으로 동성 간의 공동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보충적인 항목도 25% 이상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지난해 5월 대만 최고법원은 동성 결혼을 금지한 민법의 혼인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2년 이내에 관련 법을 수정 또는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만에서는 최고법원 판단대로 동성혼을 민법상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법은 그대로 두고 특별법을 통해 동성커플 권리를 보장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대만 최고법원은 전날 밤 “국민투표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대법관 회의 해석에 위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동성혼 합법화 반대뿐 아니라 ‘초중고교서 동성 문제 등 성적 다양성 교육 폐지’ 등의 항목도 통과되면서 인권 측면에서 기존보다 후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외에 △매년 1% 이상 화력발전량 감소 △화력발전소 신설 및 확장 중지 △일본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농산물 수입 금지 유지 등의 항목이 통과됐다.

국민투표가 통과되면 대만 정부는 3개월 안에 그 결과를 반영한 법안을 입법원(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입법원은 이를 심의해 통과시킬지를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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