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집권 2년차에 ‘기강’ 걱정하는 靑

입력 2018-11-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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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정치경제부 정치팀장

청와대가 최대 잔칫날(?) 스스로 상을 엎었다. 23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다 함께 하는 워크숍이 있었다. 청와대 전체 비서관이 내년도 국정 목표와 과제를 같이 토론하고 심기일전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새벽 김종천 의전비서관이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돼 물의를 일으켰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워크숍 행사 장소를 외부에서 청와대로 변경하고, 애초 건배를 곁들인 만찬을 술 없는 행사로 마무리했다. 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야당은 청와대 기강 해이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청와대는 이날 김 비서관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 뒤 약속 장소까지 100m 정도 운전했다는 변명을 늘어놨다. 청와대는 또 문 대통령이 김 비서관의 사표를 즉시 수리한 뒤 사실상 직권면직하는 단호한 조치를 했다고 발표했다. 순서가 틀렸다. 청와대는 변명하기보다는 먼저 사과하는 것이 맞았다. 청와대 말대로 100m 정도 운전했다면 충분히 걸어서 대리운전 기사를 만날 수 있는 거리다. 그것도 2명의 청와대 직원을 태운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명이 석연치 않다.

물론 김 비서관 본인 얘기에 바탕을 뒀겠지만, 어설픈 변명으로 국민 공분만 더 키웠다. 특히 문 대통령이 음주운전 사고는 살인 행위라며 초범이라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것도 전체 비서관 워크숍이 있는 전날 자정까지 술을 먹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기강 해이다.

김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비서실장의 비서실장’이라는 핵심 실세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만큼 대통령의 정책을 잘 이해하고 실천해야 할 사람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점이 청와대 기강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 핵심 인사의 음주운전 사고로 국민적인 공분이 일고 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터라 음주운전을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청와대 기강 해이 문제는 그동안 조금씩 나왔던 얘기다. 오죽하면 “대통령 혼자 열심히 뛰고 있다”라는 얘기가 나왔을까.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고생하는 것을 보면 나는 대통령을 시켜도 못할 것 같다”며 “참모로서 기본 주 6일과 주말에 반나절 정도 근무하지만 만족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한창 주 52시간 근로 단축으로 찬반 논쟁이 벌어지면서 청와대가 근로시간 단축에 보조를 맞추고자 직원들의 근무 단축을 독려하는 시기에 기자에게 이 같은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당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입에서 말이다.

최근 정치원로인 박찬종 변호사가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청와대와 내각 장악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따끔한 지적을 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도 공감한다고 한다. 청와대가 그냥 비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뼈 있는 얘기다.

현재 청와대 내부는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비서관들이 잿밥에 신경 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내년 초 총선 출마를 위해 핵심 참모들 상당수가 청와대를 떠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는 한병도 정무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정태호 일자리수석, 송인배 정무비서관, 조한기 1부속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등이다. 이미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질됐고, ‘왕 실장’으로 불리는 김수현 정책실장의 인사로 청와대 내부는 후임 인사로 어수선한 상태여서 이런 분위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남북관계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청와대 내부 기강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난주 문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참모진의 이상한 통계로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와 조선이 회복 조짐을 보인다”며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경제 주체와 정치권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마당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 인식을 못 하는 대통령으로 비쳤다.

이참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 기강을 다잡고 내부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뼈아픈 각계각층의 지적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목소리도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원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말대로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다 권력층이 아니라 국민만 피해를 봤던 과거 정권의 전철을 다시는 밟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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