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장 선거] 올드보이 ‘귀환’이냐 vs 2인자의 ‘반란’이냐

입력 2018-11-29 17:34 수정 2018-11-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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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회장’ 박상희·김기문 ‘재도전’ 이재광

“일자리 증가·재정자립” 등 목표로 재등판

‘부회장’ 원재희·이재한·주대철에

‘새 얼굴’ 곽기영 “개혁” 내세우며 출사표

국내 기업의 99%에 달하는 중소기업계의 대표,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출마 선언을 하는 후보가 7명에 달하는 등 열기가 뜨겁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가나다 순)는 △곽기영 전기공업조합 이사장 △김기문 진해마천주물공단조합 이사장 △박상희 영화방송제작조합 이사장 △원재희 폴리부틸렌조합 이사장 △이재광 전기에너지조합 이사장 △이재한 주차설비조합 이사장 △주대철 방송통신산업조합 이사장 등 7명이다. 중앙회장 선거에는 조합이사장 직함이 있어야 출마가 가능하다. 선거공고도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들 이사장은 7명은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올드보이’ 귀환하나= 이번 선거에는 이미 중앙회장을 지냈던 인물들이 잇따라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박성택 회장(25대)이 “새로운 인물이 회장으로 왔으면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다.

귀환을 노리는 ‘올드보이’로는 우선 1995년부터 6년간 18~19대 회장을 지낸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67·한국영화방송제작협동조합 이사장)을 꼽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퇴임 후 16대 국회의원(2000~2004년)을 지냈고 2010년부터 대구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에 내정된 후 철회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강력한 중앙회’를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현재 경제단체 중 정부에 할 말을 하는 곳이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이나 탄력근로제 같은 문제를 놓고 민주노총처럼 중앙회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기중앙회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서 조직이 관료화됐다”며 “조직을 추스르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경제단체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중기중앙회장 재임 시절 직원 27명에 불과했던 산업부 소속 중소기업국이 중소기업청으로 승격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중앙회의 재정 자립도 중점 공약사항이다. 박 회장은 “인수 등의 방법을 통해 중기 전담 은행을 하나 만들려고 한다”며 “각 조합과 중소기업들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3~24대 중앙회장을 지낸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63·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출사표를 던졌다. 김 회장은 1988년 시계 생산업체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를 설립했다. 현재는 주얼리, 핸드백,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중기중앙회 재임 시절 뿌리 산업으로서 중소기업의 역할, 대·중소기업의 동반 성장 등의 화두를 끌어내며 중소기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은 “계속 고사했지만 중기 원로들의 지속적인 권유로 나서게 됐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다시 한번 돕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59·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도 회장직 탈환에 나선다. 이 회장은 1982년 광명전기에 입사해 광명전기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 회장은 2015년 회장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장과 결선 투표까지 갔다. 이번에도 유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이 회장은 최저임금제 업종별 차등 적용과 탄력근무제 1년 연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의 일감을 최대한 만들겠다는 것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회장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의 일거리가 많아지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며 “소득주도성장도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중소기업의 성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인물을 회장으로…부회장 군단 등 4인방= 중앙회장직에 도전한 ‘새 얼굴’들도 저마다 중앙회 개혁을 내세우며 선거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곽기영 보국전기 회장(64·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이 마주친 현안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힘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대구 출신 2세 경영인으로 1981년 보국전기에 입사해 2002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곽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기술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별 업체는 비용과 인력 등의 부족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중기들이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할 수 있도록 ‘중기 기술연구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62·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고심 끝에 출마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원 대표는 현재 중기중앙회 부회장이다. 원 대표는 1992년 건설용 플라스틱 배관이음자재를 생산하는 프럼파스트를 설립했다. 2015년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세가 크게 성장해 국내 중소기업 스마트 공장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원 대표는 스마트 공장을 빠르게 확충하겠다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중소 제조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선 생산공장의 스마트화가 필수지만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하다”며 “스마트 공장 확충을 중점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55·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회장 선거에 나올 예정이다. 이 대표는 1992년 주차 설비 등 건물 관리를 주업으로 하는 한용산업을 창업, 현재까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이야기를 정부에 전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부터 중앙회 부회장직을 수행 중인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63·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도 도전 의사를 밝혔다. 주 대표는 1966년 전기·통신장비 업체 세진텔레시스를 설립해 50년 넘게 기업을 운영해오고 있다. 주 대표는 “14년간 중앙회에서 일하면서 내부 조직의 현실과 개혁할 부분 등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자부한다”며 “협동조합들의 원자재 공동 구매, 공동 수주 등의 역할을 강화해 중소기업에 일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중앙회는 내년 1월 18일 선거공고를 내고 2월 7일부터 후보자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선거는 내년 2월 28일에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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