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공급망 재편 급하다

입력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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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단 휴전국면으로 들어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일(현지시간) 회담을 갖고 앞으로 90일 동안 추가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7∼8월 500억 달러 상당 중국산 수입품에 25%, 9월에는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10%의 관세를 매기면서 내년 1월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리기로 했었다. 이를 보류한 것이다.

양국은 90일 동안 강제적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장벽 등에 대한 협상을 계속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5%로 관세를 인상키로 했다. 확전(擴戰)을 자제함으로써 당장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앞으로 협상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무역전쟁의 본질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 때문이라기보다 기술패권을 둘러싼 싸움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이 견제하는 것은 중국의 ‘제조 2025’ 전략을 통한 ‘기술 굴기(굴起)’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첨단기술 제품들을 대거 포함했고, 최근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푸젠진화와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한 데서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은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안보 문제 등의 해결을 중국 측에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취약점이고, ‘시한부 휴전’ 이후 협상에서 미·중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 경제에 몰고올 충격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4.8%였고, 이 중 80% 가까이가 중간재다.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도 11.9%로 두 나라 합쳐 36.7%에 이른다. 미·중 간 교역 위축이 우리 산업의 생산과 수출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오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인 것이다.

결국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 대외무역의 최대 리스크다. 그동안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고 시장을 넓혔던 전략의 근본적인 수정이 다급해졌다. 중국 중심의 기존 공급망 재편이 최우선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중국이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조 2025’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서 글로벌시장의 판도가 크게 요동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가 최대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위협과 도전을 헤쳐나가고, 기회는 살리는 정부와 기업의 보다 정교한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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