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유소서 여러회사 석유 팔 수 있다"

입력 2008-06-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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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유소 상표표시제' 폐지

정부가 석유제품시장의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한 곳의 주유소에서 여러회사 석유를 팔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주유소 상표표시제(폴사인제)'가 정유사들의 가격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 때문이다.

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와 한나라당은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정유사-대리점-주유소'로 수직 계열화돼 있는 석유제품 시장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주유소 상표표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주유소들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의 상표 표시를 하나만 걸지 않고 자체 주유소 상표만 내걸거나 여러개의 정유사 상표를 내걸면서 석유류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상표표시제는 특정 정유사 상표를 단 주유소는 해당 정유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만을 팔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에 대해 정유사와 주유소는 유지냐 폐지냐를 놓고 견해 차이를 보여왔다. 상표표시제 운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이들은 수입구조와 투자계획을 수정해야 할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유사가 자사의 제품만을 주유소가 사용하도록 계약을 맺는 관행도 제한하기로 했다. 또 대리점들이나 주유소들이 상호간에 석유를 구입해 재판매할 수 있는 '수평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이 시행돼 주유소가 그때그때 가장 저렴한 제품을 정유사들로부터 공급받게 되면 정유사들 간에 가격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정부가 정유사에 대해 석유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할 권한은 없지만 석유 유통구조를 개선해 유가 안정 기반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석유제품 품질에 대한 책임 소재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정유업계는 상표표시제 고시 폐지가 저질 기름을 섞은 혼유(混油) 유통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 발생이 염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표 표시가 없어지면 주유소들이 여러 석유제품을 받아다가 혼유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자칫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주유소업계는 불량 기름을 섞어 파는 혼유는 극히 비양심적인 주유소에서 발생할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 양재억 주유소협회 전무는 "정유사들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울산 여수 등 서로 떨어져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바꾸는 제품 교환을 수시로 하고 있다"며 "정유사는 사전에 제품을 맞바꾸면서 주유소에서 혼유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주유소들이 정유사 상표를 사용하면서 제공해 왔던 신용카드 사용 할인 등의 혜택 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유통 대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마다 시행 중인 특화된 주유 할인카드 혜택이 사라지는 등 마케팅이나 품질 향상 노력이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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