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로 급매로 나온 물건 2개 빼고는 거래가 없어요. 대출이 안 되니 20억 원 가까이 자기 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서울 강남 압구정동의 A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대장주 아파트로 알려진 ‘압구정 현대’도 극심한 거래절벽을 겪으며 가격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 지역이 거래 침체와 매매·전세가격 하락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중개업소에 따르면 11월 중순께 압구정 현대 전용 84㎡가 이전 거래가격보다 3~4억 원 떨어진 21억5000만 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신고된 실거래 중에서는 압구정 현대 6차 전용 144㎡가 11월 16일 29억5000만 원에 팔리며 8월 실거래가(31억 원)보다 1억5000만 원 가격이 내려갔다.
현장 중개업소는 이구동성으로 대출 규제로 인한 ‘돈맥경화’가 가격 조정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종부세 부과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대출 규제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압구정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받고 싶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며 “간혹 가격을 몇억씩 낮춘 급매가 나오면 그걸 돈 있는 현금부자들이 사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급매를 제외하면 거래가 안 되기 때문에 내려간 가격들이 실거래가로 잡히기 시작하면 가격 하향세를 더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가격 조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치동 은마는 10월 24일 전용 104㎡가 18억8000만 원에 거래돼, 대책이 나오기 전보다 1억7000만 원이 내렸다. 송파 잠실주공5단지도 9월 초 18억8000만 원에 거래되던 전용 76㎡가 10월 중순께 17억9000만 원으로 내려가더니 실거래로 잡히는 거래가 더 없는 상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값이 전월보다 0.5% 오른 가운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하락 전환했다. 전월 0.47% 올랐던 강남은 이달 0.2% 내려갔고, 서초는 0.52% 상승에서 0.17% 하락 전환했다. 전월 0.53% 올랐던 송파가 0.27% 내려가며 이 중 하락 폭이 제일 컸다.
올해와 내년의 입주물량 과다로 전세가격 조정이 동반되는 흐름이다. 11월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이 서울이 0.03%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서초는 0.38% 내려갔다. 강남은 0.06%, 송파는 0.08% 하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성남·하남시 등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은 약 2만5000가구에 달하며, 내년에도 2만2000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다.
한편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는 가격이 급등했던 재건축이 주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의 주간시세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4% 내렸다. 반면 재건축은 0.8%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