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복권위 사무처장을 거쳐 대변인이 된 그는 관행처럼 해왔던 일들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 사소해 보이지만 기억나는 사례는 당시 미국 출장을 앞두고서였다. 기재부 출입기자들은 통상 봄과 가을에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장관을 동행해 취재를 간다. 기자도 동행취재단에 포함돼 대변인실 직원들과 취재 일정을 조율할 때였다. 현지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할 때 기자들이 각자 체크인을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기자는 대변인실 직원이 기자들 여권을 모아서 체크인하면 더 빠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기재부 출장 일정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빡빡하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대변인실 직원은 그동안 관례대로 하자며 기자들이 각자 체크인을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홍 후보자는 그런 관행이 어디 있냐며 대변인실 직원을 다그쳤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이 이런 게 문제라고 혀를 찼다.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관행이라며 그냥 따른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으로 혁신 성장과 이를 위한 규제 개혁이 홍 후보자의 주요 임무임을 고려하면 그의 평소 신념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한 가지 홍 후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미 지인들에게 들었을 법한 충고지만 회의를 길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른 부처도 그렇지만 대변인실은 정책 추진 부처가 아니다. 작게는 언론, 넓게는 대국민 홍보가 중요한 부서다.
굳이 회의가 길 필요가 없다. 하지만 홍 후보자는 1시간 넘게 회의를 했다. 홍 후보자의 내정 소식에 기재부 공무원들이 한숨을 쉰 것도 기재부에서 정책조정국장 등으로 근무할 때 그의 이런 면들을 잘 봤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홍 후보자가 강조하는 혁신은 장시간 회의와는 잘 맞지 않는다. 아쉽게도 국무조정실장 때도 긴 회의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는 짧게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 기재부 공무원들끼리 “홍 후보자가 취임하면 집에 갈 생각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단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홍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홍 후보자님 취임하면 직원들 일찍 퇴근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