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혼외여괴

입력 2018-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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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한자를 알면 말의 속뜻을 쉽고도 깊게 알 수 있다는 설명을 듣던 학생 하나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질문을 한다. 요즈음 ‘혼외여괴’라는 4자성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 맞혀보라는 것이었다. ‘혼외여괴’라? 나는 억지로 한자를 끌어들여 ‘婚外女乖(婚:혼인할 혼, 外:밖 외, 乖:어그러질 괴)’라는 말을 생각해 내고는 ‘혼인 밖의 부적절한 관계는 여자로 인하여 삶이 어그러지는 재앙을 부른다’라는 풀이를 했다.

학생들이 “우~~”하면서 깔깔대고 웃는다. 한참 동안 웃음판이 지난 후, 정색을 하고 물었더니 “혼자 있으면 외롭고, 여럿이 있으면 괴롭다”는 뜻이라고 한다. 조금 전의 웃음판과는 달리 대답을 해주는 학생들도, 듣는 나도 잠시 숙연해지고 말았다. 요즈음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생각이 그렇고 삶이 그렇다니 왠지 슬픈 생각마저 들었다.

누구라도 혼자 있으면 외롭다. 시골마을 외딴집에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자식이 사다준 전기밥솥에 하루에도 밥을 서너 번씩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루 종일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전기밥솥이 해주는 “취사를 시작합니다.”,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말이라도 듣기 위해서 그렇게 서너 차례씩 밥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외로움은 삶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은 가족들을 챙기고 친구를 찾는다. 그런데 그렇게 여럿이 모이는 것이 괴롭다니 그건 또 왜일까? 복잡한 세상에서 하는 일이 다르고 처한 환경이 다르며 삶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여럿이 모이면 생각이 하나로 모아지지를 않는다.

게다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회 가치관이 바르게 정립되지 않은 채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세상이 되고 보니 조금만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서로 싸우게 된다. 그래서 여럿이 모이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세대 간 갈등, 남녀 간 갈등…갈등이 싫어서 차라리 반려동물을 택하는 이 현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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