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방해” VS 삼성 “절차 따랐을 뿐”

입력 2018-12-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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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해 의혹’ 증거인멸 정황 공방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뉴시스)
▲삼성전자서비스 본사(뉴시스)
노조 와해 공작을 기획하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측과 검찰이 증거 인멸 시도와 관련해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직원 32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이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며 관련 수사보고서와 인사팀 직원 채팅 내용 등을 증거로 공개했다.

검찰은 “영장에 표기된 바와 같이 법무실, 재무팀, 전산 서버실 등에 대한 수색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관련 부서 배치표 등을 요구했다”며 “삼성 관계자는 모두 퇴근해 확인이 안 된다, 담당 부서장과 연락이 안 된다 등을 이야기하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압수수색 장소가 넓고 대상도 광범위해 삼성전자의 협조가 필요했지만, 비협조적으로 일관해 압수수색이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압수수색이 지연되는 동안 임직원들은 채팅을 통해 압수수색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았고,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이 공개한 채팅방 캡처 화면에는 삼성전자 인사팀 직원인 신모 씨가 당직 직원 심모 씨에게 “책상 위 서류를 전부 치우고 서랍도 전부 잠가라”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 이와 같은 지시에 심 씨는 “하드디스크는 이미 제 차에 넣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서비스 측 변호인은 압수수색 지연을 부인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지연시킨 사실이 없다”며 “삼성전자의 각 사업장은 공무원들이 사업장 출입을 요청하면 공무별로 적합한 직원들이 신속하게 응대하도록 해당 부서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간이 다소 지체됐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과 압수 처분의 정당성 내지는 저장 매체에서 발견한 전자정보의 증거 능력을 무리하게 연결 지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증거인멸 정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이상훈 의장과 박상범 전 대표, 최평석 전 전무 등은 삼성의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을 중심으로 속칭 ‘그린화 작업’이라는 노조 와해 활동을 기획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 2월 8일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노동행위 관련한 자료를 발견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조사 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이 꾸려지고 신속대응팀도 설치,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은 곧 실업이라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협력사 4곳을 기획 폐업시키고, 그 대가로 폐업 협력사 사장에게 수억 원의 금품을 불법 제공한 혐의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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