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욕취미취지간(欲醉未醉之間)

입력 2018-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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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달마도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화가 김명국(金明國)은 술을 좋아하여 스스로 ‘취옹(醉翁 醉:취할 취, 翁:늙은이 옹)’이라는 호를 지어 사용했다. 조선 후기의 문인 남태응은 전 조선시대를 통하여 가장 뛰어난 미술비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저서 ‘청죽화사(聽竹畵史)’에서 김명국의 명작은 “욕취미취지간에 나왔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욕취미취지간은 ‘欲醉未醉之間’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하고자 할 욕(欲)’, ‘취할 취(醉)’, ‘못할 미(未)’, ‘사이 간(間)’이라고 훈독한다. “취하고자 함과 취하지 못함의 사이”, 즉 “취하고자 하나 아직 취하지 않은 상태”가 곧 ‘欲醉未醉之間’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술을 탐닉했던 김명국이지만 좋은 작품은 만취상태가 아니라, 欲醉未醉之間에 창작되었다는 점을 통해 우리는 술에 대한 경계심을 다시 한 번 탄탄히 해야 할 것이다.

적절히 마신 술은 건강, 특히 정신 건강에 적잖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웬만한 스트레스는 적절히 마신 술 몇 잔으로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마신 술에 대한 표현으로 ‘미훈(微醺)’이라는 말도 있다. ‘적을 미(微)’, ‘취할 훈(醺)’, ‘적은 취함’이라는 뜻이다. 기분이 좋을 만큼 살짝 취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엔 전에 있던 술집이 많이 사라지고 대신 커피숍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찻집이 들어선 곳이 많다고 한다. 그만큼 술을 마시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술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술을 마시는 환경도 많이 달라지면서 마음을 터놓고 술을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이 근본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사람들이 아예 술을 피하는 경향마저 생겼다. 마음을 터놓고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술을 경계하는 마음이 커진 것은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연말이다. 欲醉未醉之間! 微醺 다 가슴에 새겨둠 직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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