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X 또 대형 탈선, 총체적 기강해이다

입력 2018-12-10 06:00 수정 2018-12-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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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강릉선에서 또 대형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전 강릉발 서울행 KTX가 강릉역을 지난 운산동 일대에서 탈선해 16명이 다쳤다. 천만다행으로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10량 열차 모두 선로를 이탈해 자칫 엄청난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게다가 같은 날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도 대구역 통과 도중 선로에 30분가량 멈춰섰다.

철도 사고가 하루를 멀다 하고 빈발하고 있다. 최근 20일 동안에만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로 구간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는 무려 10건에 달한다. 지난달 19일 서울역에서의 KTX 열차와 굴착기 충돌 사고 하루 만에 충북 청주 오송역에서 KTX의 전력 공급이 끊겨 경부선과 호남선 등 120여 대가 멈췄다. 22일에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 다음 날 원주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24일에도 광명역과 오송역에서 잇달아 KTX 열차가 고장 나 운행이 지연됐다. 국민들은 이제 불안해서 열차마저 마음놓고 이용하지 못할 지경이다.

특히 이번 대형 사고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대전 코레일 본사를 직접 방문해 철도안전대책을 개선하라고 질타한 지 불과 사흘 만에 일어났다. 어이없는 것은 사고 발생 후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기온 급강하에 따른 선로 이상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날씨 탓을 했다는 점이다. 이 정도 한파에 시속 250㎞로 달리는 고속철 선로에 문제가 생겼다면 철도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철도의 기본 조차 모르는 무지(無知)에다 무책임한 안전불감증의 극치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들은 초동조사 결과 남강릉분기점의 신호제어시스템 및 선로전환기 회선연결 오류를 사고 원인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KTX 강릉선의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처음부터 부실 시공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어떤 경우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인재(人災)다.

철도 사고뿐만이 아니다. 최근 KT 서울 아현지사의 통신구 화재, 지역난방공사 고양 백석동 온수관 파열 등 국가기반시설의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다. 이 또한 미리 막을 수 있었던 후진국형 인재였고 보면 정말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것과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반복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하인리히 법칙’도 있다.

작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 즉각 고치지 않으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재해로 이어진다. 이번 사태를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심각하게 봐야 할 이유다. 반드시 철저한 원인 진단과 함께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코레일 경영진 등 기반시설 관리 주체들의 총체적 기강 해이가 우리 사회와 국민생활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를 불러오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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