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재인 정권 퇴진" 외친 이재수 추모식…세월호 리본 단 학생들과 충돌하기도

입력 2018-12-1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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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추모식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그의 투신이 '문재인 정권의 강압수사'에 의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추모식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그의 투신이 '문재인 정권의 강압수사'에 의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다들 깃발 위로 드세요! 더 높이 들어 주세요!"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는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주최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추모식이 열렸다. 현장에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해병대전우회, 구국동지회 등 여러 보수단체가 참석했다.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의 깃발을 구호에 맞춰 흔들었다.

그들은 "살인정권, 살인검찰"이라는 구호에 환호성을 지르며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

추모식 참석자 대부분의 연령대는 50대에서 70대 사이었지만, 간간이 젊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청교도영상훈련원에서 나왔다는 김모(32) 씨는 "조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기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온 일행 문모(36) 씨는 "검찰이 조사를 과하게 진행했다는 것은, 이 전 기무사령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을 때 수갑을 찬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회원들은 검찰수사가 '억지모멸, 창피주기'였다면서 이 전 기무사령관의 인권을 탄압한 검찰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추모식에 참석한 회원들은 검찰수사가 '억지모멸, 창피주기'였다면서 이 전 기무사령관의 인권을 탄압한 검찰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추모사를 한 허평환 전 국군기무사령관은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법과 정의가 실종된 추악하고 살벌해진 조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자식을 잃은 유가족의 어려움을 파악하려고 했던 군사정보 활동에 '세월호 민간인 사찰'이라는 누명을 씌웠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현장을 방문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정권을 잡자마자 사람이 죽을 때까지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적폐 수사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추모식을 진행하는 도중 젊은 학생과 보수 단체 회원 간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50대로 보이는 보수단체 회원은 가방에 세월호 열쇠고리를 달고 지나가는 학생 두 명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학생들은 "지금 뭐라고 하셨냐"라고 반발했고, 그들은 "빨갱이니까 그런걸 가방에 달고 다닌다"면서 되받아쳤다. 한 때 몸싸움으로 번질 뻔 했지만, 곳곳에 배치된 경찰들의 만류로 신체적 접촉은 일어나지 않았다.

▲광화문역 앞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천막들이 줄지어 있었고,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천막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됐다. (나경연 기자 contest@)
▲광화문역 앞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천막들이 줄지어 있었고,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천막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됐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추모식이 열리는 시민열린마당 반대편에는 세월호 아이들을 추모하는 천막들이 줄지어 있었다. 천막 기둥에는 '세월호 참사, 기억하라! 행동하라', '정부는 침몰원인 구조방기 책임자 전면 재수사하라', '304명 희생자, 안 구했습니다', '안산 생명안전공원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기둥마다 걸려있었다.

"뭔가 찜찜하고 걸릴게 있으니까 죽음으로 은폐하는 것 아니겠어요."

'노란리본공작소' 천막 안에는 자원봉사자 세 명이 시민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노란리본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은 근처에서 열리고 있는 추모식을 보며 떳떳하다면 살아서 모든 것을 밝히면 되지, 왜 죽음을 택하겠냐라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추모식에서 외치는 구호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팩트를 가지고 말을 해야 뭐라고 반박도 하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소설을 얘기하는 분들이라 굳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모든 세월호 천막 앞에는 경찰들이 한 명씩 배치돼 있었다. 가끔 보수단체들이 세월호 추모 천막에 들어와 다툼을 벌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자원봉사를 해왔다는 한 봉사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왜 아직도 여기에 있냐며 시비를 건다"면서 "바로 저번 주 토요일에도 천막 안으로 들어와 난리를 피웠다"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봉사자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말에는 팩트가 하나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 봉사자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말에는 팩트가 하나도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이날 세월호 천막을 방문한 고등학생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환일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모(17) 군은 "위안부 할머니 동상을 보러 가는 길인데 세월호 천막에 들리려고 왔다"면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투신 사실은 뉴스를 통해 접했는데, 그 분은 죽었더라도 잘못한 사람들은 제대로 처벌 받는게 맞다고 본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남 군과 같이온 두 친구는 세월호 사건의 진실이 꼭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추운 날씨에도 '세월호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광화문 분향소', '광화문 4.16가족 분향소', '세월호 엄마들의 노란나비 공예전' 등 모든 천막을 꼼꼼히 둘러봤다.

인터뷰를 마친 학생들의 뒤로 현수막 하나가 겨울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진실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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