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시장에서도 서러운 '아버지 세대'

입력 2018-12-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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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2040세대 창업전선에...프랜차이즈 본부도 이미지 개선효과로 젊은층 선호

#. 50대 중반 이준원(가명) 씨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아이들이 대학에 다니는 상황에서 갑자기 급여가 줄어 생활이 어려워지자 창업을 결심하고 외식업체 본사 문을 두드렸다 쓴 맛을 봤다. 돈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가맹본부는 노동강도가 높은 업종이라 50대 이상 창업자들이 장기운영하는 사례가 드물다며 이 씨에게 다른 업종으로 창업할 것을 권했다.

은퇴한 아버지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더 좁아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신규 창업자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창업자를 까다롭게 선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폐점율이 인터넷 상에서 공개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묻지마 창업자들을 끌어들일 경우 가맹본사 이미지까지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본부의 투명성을 높일 것을 주문하면서 이 같은 일명 ‘창업 면접’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취업이나 이직에 실패한 2040까지 창업에 나서면서 5060 중장년층은 아들이나 조카뻘 되는 이들과 가맹점 창업에서까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4~5년간 쏟아져 나온다고 볼 때 자영업마저 이들의 선택지에서 한층 더 멀어지는 셈이다.

11일 중소기업벤처부의 최근 신설법인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8만5324개의 법인이 새로 생겼다. 이 중 가장 활발하게 창업하는 연령대는 40대로 전체의 34.81%를 차지했다. 20~40대 창업자수는 전체의 62.68%에 달했다. 창업자 10명 중 6명은 2040세대인 셈이다. 50대 창업자 비중은 26.5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60대 창업자는 10.57%에 그쳐 100세 시대·이모작 인생 등의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 처럼 창업 연령대가 젊어지는 것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5060 창업자가 10년 가량 매장을 운영한 후 매매를 한다고 감안할때 3040 창업자가 보다 장기적으로 본사와 롱런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남돼지집은 오픈 초기부터 창업 면접을 깐깐하게 보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점주의 서비스 마인드와 노동강도, 직원을 다루는 리더십 등을 꼼꼼히 살핀 후 가맹계약을 체결한다. 그 결과 하남돼지집 가맹점주의 3분의 2 이상이 2040이다.

하남돼지집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5060 창업자를 배제하진 않지만 구이전문점은 노동강도가 높아 5060 장년층보다 3040의 가맹 문의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쥬스전문점 쥬씨는 2016년까지만 해도 창업자 평균연령이 50대 초반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부터 40대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쥬씨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부모의 지원을 받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20대의 비중이 늘어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디야 역시 3040의 창업문의가 상당히 늘어났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다만 이디야의 경우 실질적인 창업으로 이어진 수치는 아직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지역에 창업을 희망하는 30대와 50대가 있다면 30대에 매장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창업자는 본사의 매뉴얼 숙지가 빠른데다 자기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많아 본사에 개선사항을 건의해 함께 발전하려는 창의적인 경영 스타일이다 보니 3040 점주를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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