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트립] 무심코 지나친 그 골목…숨겨진 '맛과 멋'에 빠지다

입력 2018-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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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관광공사, 12월 가볼 만한 곳

골목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좁기만 하던 골목이 다른 골목과 연결되고 큰길을 만나 커졌다가 시장과 연결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골목 곳곳에 녹아있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들이 경기도 구석구석에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성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거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먹는 추억을 만들어 보자.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경기도 내 '의미 있는' 골목길 6곳을 소개한다.

▲한글시장 전경.(사진=이하 경기관광공사)
▲한글시장 전경.(사진=이하 경기관광공사)

◇ 세종대왕의 한글 골목 '여주 한글시장 벽화 골목' = 여주의 한글시장에는 특별한 원칙이 있다. 한글시장이라는 이름답게, 시장 내 모든 가게의 간판은 한글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과 화장품 가게의 간판도 다른 지역과 달리 한글간판을 달았다. 영릉의 세종대왕도 기뻐할 일이다. 시장길 곳곳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조형물도 세워졌다.

골목 곳곳에 한글의 자음을 본뜬 의자와 전시물도 놓여져 한글시장의 상징성이 더해졌다. 한글시장 3구역의 양쪽 골목은 벽화 골목이다. 오래된 이발소 모습과 수라간에서 뜨끈한 여주쌀밥이 나오는 그림 등 지역의 특색을 살린 벽화들도 있다. 특히 오른쪽 골목에는 세종대왕의 태몽부터, 왕좌에 오른 후 눈부신 업적을 기리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끈다.

▲한글시장 벽화 골목.
▲한글시장 벽화 골목.

한글시장은 상설로 운영된다. 오일장이 서는 5일과 10일에는 더욱더 활기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으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능이 있는 여주인 만큼, '한글' 테마 시장이 일견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시장의 올바른 한글사랑과 실천력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추천 방문 시간 : 12~17시)

◇ 성곽 옆 문화거리 '수원 행리단길' = '행리단길'이 수원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위치로 보면 화성행궁에서 수원화성의 화서문(서문)과 장안문(북문) 주변의 행궁동 일원이다. 이곳에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행리단길 또는 행궁동 카페거리로 불리게 됐다.

▲수원 화성과 맞닿은 행리단길에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수원 화성과 맞닿은 행리단길에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올해 초 몇몇 카페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받으면서 한산하던 골목에 젊은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카페가 문을 열어 현재는 약 9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일각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들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카페에 집중됐던 행리단길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흑백사진 전문관 '봄으로'와 젠틀한 남성을 위한 바버샵 '오 브라더스(O’brothers)' 등도 유명세를 타면서 행리단길은 차츰 수원의 활기찬 신상 문화거리로 새롭게 떠올랐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성을 바라보며 세련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성을 바라보며 세련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행리단길은 화려한 상가가 아니라 수원화성과 이어지는 골목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추억이 녹아있는 골목,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골목이 바로 이 곳이다. 아무렇게나 만날 수 있는 낮은 담과 붉은 벽돌집, 커피 향 짙은 골목에서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바라보며 행궁동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추천 방문 시간 : 12~21시)

◇ 이웃들의 정이 넘치는 '양평시장길' = 골목 여행 중 가장 재미있는 곳은 단연 시장골목이다. '없는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가 가득하다. 시끌벅적한 흥정 속에서도 사람의 온기와 정이 넘치는 곳, 마주치는 이웃마다 한 보따리 만큼의 이야기를 품은 시장골목은 겨울에도 눈부시게 아름답다.

▲상인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양평시장길.
▲상인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양평시장길.

양평의 양평시장길 역시 사람냄새 진한 골목길이다. 특히 3일과 8일 양평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온 마을사람과 상인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나 다름없다.

양평역을 나와 작은 하천 위 양근교를 지나면 왼쪽으로 양평시장길이 이어진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겨울을 준비하는 이웃들의 모습이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포근한 털장갑과 모자를 고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메밀전 한 장이 단돈 1000원인 양평시장길.
▲메밀전 한 장이 단돈 1000원인 양평시장길.

늦은 김장을 위한 무와 배추, 향긋한 더덕과 도라지 좌판을 지나면 들기름에 지지는 메밀전의 고소한 향이 여행객의 발을 잡기에 충분하다. 배추 한 장을 쭉쭉 찢어 넣은 메밀전 한 장이 단돈 1000원이다. 그야말로 안 먹으면 손해.

오랜 역사와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양평시장은 전국 최초로 친환경 농업 지역을 선포한 양평의 특색을 살려 친환경농산물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수도권 전철을 이용한 관광 명소로 급부상했다. (추천 방문 시간 : 12~18시)

▲안산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린다.
▲안산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린다.

◇ 골목 세계일주 미식기행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 안산역 맞은편 원곡동은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린다. 이곳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과 귀화 한국인이 모여 사는 독특한 마을이기 때문이다.

거리와 골목을 오가는 사람 3명 중 2명은 외국인이다. 세계인이 어우러지는 안산의 작은 지구촌 마을인 셈이다. 주변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평일에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주말에도 은행이 문을 열고, 병원은 환자들을 진료한다. 이곳 만의 특별한 풍경이다.

지역 내 외국인 업소 400여 개 중 70%가 음식점이다. 골목마다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전 세계 특색을 살린 음식이 맛있게 차려진다.

▲다문화음식거리에서는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문화음식거리에서는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안산시는 이곳을 '다문화 음식 특구'로 지정했다. 꿈을 찾아 안산에 온 외국인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거리이자, 한국인에겐 외국의 이색 음식을 맛보는 글로벌 음식타운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TV 방송 여행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골목 안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식당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볶음국수 미고랭과 볶음밥 나시고랭이 인기다. 골목 안 상점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식자재를 쉽게 살 수 있다. (추천 방문 시간 : 11~20시)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평탱국제중앙시장 쇼핑로.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평탱국제중앙시장 쇼핑로.

◇ 경기도의 이태원 '평택국제중앙시장 쇼핑로' = 평택국제중앙시장은 인근에 주둔한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독특한 모습으로 발전됐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린 거리에서 휴일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마치 외국 휴양지의 쇼핑단지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최근에는 시장 중심 거리인 '쇼핑로'와 이어지는 골목마다 터키, 태국,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이 들어섰다.

이곳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경기도의 이태원'으로 불린다. 산책 삼아 천천히 골목을 살펴보면 특이한 문양의 옷이나 밀리터리 소품 등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송탄햄버거가 인기다.
▲송탄햄버거가 인기다.

국제중앙시장이 위치한 송탄은 미군부대의 영향으로 서구적인 식자재와 한식이 결합한 특별한 음식문화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송탄부대찌개와 송탄햄버거다. 칼칼하고 푸짐한 부대찌개도 좋지만, 한국식 햄버거인 송탄햄버거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는 송탄만의 특별한 음식이다. 두툼한 빵 사이에 고기패티, 햄, 계란프라이가 올라가고 신선한 채소를 듬뿍 넣어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토마토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는 평범하지만, 프랜차이즈 햄버거와는 확연히 다른 익숙하면서도 강하게 끌리는 맛이다. (추천 방문 시간 : 11~18시)

◇ 이색 건축투어 '파주출판도시' = 파주출판도시는 국내 200여 개의 출판사와 인쇄소, 디자인, 출판유통사 등 출판 관련 기관들이 모인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출판특화도시다. 책의 기획, 편집, 인쇄, 유통 등 일련의 과정이 모두 이루어지는 거대한 출판문화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출판특화도시인 '파주출판도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출판특화도시인 '파주출판도시'.

거리를 따라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건축물을 볼 수 있다. 국내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들은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미디어와 광고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아시아 출판문화정보센터. 파주출판도시의 중심 건축물로 거대한 고딕문자들이 나열된 듯한 독특한 모습이다. 1층에는 웅장한 서가가 인상적인 도서관 '지혜의 숲'이 자리한다.

그 외 거리 곳곳에 저마다 개성 넘치는 서점,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효형출판의 '북카페 눈', 열린책들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동화 속 피노키오를 테마로 꾸민 '피노지움' 등이 인기다. 각 블록과 건물의 특색을 찾아 방문하는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세련된 거리를 담으려는 사진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출사 장소다. (추천 방문 시간 : 11~1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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