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파견·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확정했다. 산은이 100% 지분을 출자하는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동자대표단에서는 이 방식이 비정규직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의결 결과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12일 전환협의기구에 용역직무에 대한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 의결 안건을 상정해 재적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파견·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산은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산은 노동자대표, 외부전문가 및 은행대표로 이뤄진 전환협의기구를 구성했다. 10월 이후 1년여간 총 20차례의 본회의와 8차례의 실무회의에서 전환방식 및 처우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노동자대표 사이에서는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두고 견해차가 있었다. 산은은 자회사 방식을 통한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방안을 제시했고, 용역근로자들은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전환을 요구했다.
산은 관계자는 "조속한 정규직 전환이행을 통해 처우개선을 희망하는 근로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고, 자회사 방식으로도 정규직 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등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며 "전환협의기구의 의결에 따라 1년여 넘게 논의되어온 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방식을 자회사 설립방식으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대표단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노동자대표단에서는 자회사 설립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꼼수'라고 지적해왔다. 노동자대표단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지난 10여 년간 행우회가 설립한 용역 회사 두레 비즈를 자회사라고 주장하며, 수의계약을 해왔다"며 "자회사 전환방식이란 이미 있는 자회사에서 다시 자회사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표결에 용역노동자 대표 4명이 불참하고, 파견노동자 대표도 기권한 상태에서 산은 측의 표결만으로 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토론회를 거쳐 협의하거나 제3의 중재기구에 결정을 맡기는 방식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노동쟁의를 신청해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