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갈라파고스 일본...‘다케다약품공업’ 웨버 CEO, 외로운 행보 순탄할까

입력 2018-12-16 13:32 수정 2018-12-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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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버, 카를로스 곤 퇴출 이후 일본 내 거의 유일한 외국인 CEO로 주목 -다케다의 샤이어 인수 놓고 일본인 경영진과 갈등...폐쇄적 일본 기업 체질에서 버틸 수 있을지 주목

일본 기업에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까.

최근 비리 혐의로 닛산자동차 CEO 자리에서 쫓겨난 카를로스 곤은 일본에서 성공한 외국인 CEO의 대표 사례였다. 그가 성공적으로 일본 기업 고위직에 안착한 후 한때 일본에선 외국인 CEO 영입 붐이 일기도 했다. 소니의 하워드 스트링거, 올림푸스의 마이클 우드포드가 뒤를 이었고 2013년 다케다약품공업은 프랑스 출신 크리스토프 웨버를 CEO로 맞이했다.

그러나 스트링거와 우드포드 모두 일본에서 불명예 퇴장했다. 한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후계자로 불렸던 구글 출신의 인도인 사장 니케시 아로라도 미국 실리콘밸리로 되돌아갔다.

여기에다 곤도 지난달 닛산과 르노와의 합병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일본 경영진인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을 축출하려다가 내부 쿠데타로 보수 문제에 발목이 잡혀 쫓겨났다. 현재 곤은 독방에 갇힌 신세로, 탈세 등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0년을 선고받을 처지에 놓였다. 르노와의 합병에 반감이 있는 닛산 내 임원들이 곤의 결정을 막기 위해 내보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프랑스 르노 측은 14일 “곤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고, 일본 검찰이 일방적 수사를 하고 있다”며 그의 CEO·회장직을 유지하고 변호사도 파견하겠다며 옹호하는 입장을 냈다.

곤까지 축출되면서 현재 일본 굴지의 기업에서 외국인 CEO는 사실상 다케다의 웨버만 남게 됐다. 웨버는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그룹사 사장으로 있다가 2013년 다케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했다. 이후 1781년 다케다 창사 이후 237년 만의 첫 외국인 CEO로 발탁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곤은 같은 프랑스계 일본 기업 CEO로서 웨버가 다케다로 올 때 유독 잘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적인 일본 기업 문화 속에서 외국인 CEO로서의 경영권과 지위 방어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현재 외롭게 분투 중인 웨버는 샤이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5일 다케다는 아일랜드계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를 7조 엔(약 69조 원)에 인수합병(M&A) 하기로 확정했다. 다케다는 매출 기준 세계 18위, 샤이어는 19위로 두 회사의 매출을 합치면 세계 8~9위 제약사로 도약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다케다 주가는 샤이어 인수 계획이 가시화한 이후 지금까지 약 42% 곤두박질쳤다. 다케다 창업주 일가는 재무적인 부담을 이유로 샤이어 인수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케다 출신들이 만든 ‘다케다의 장래를 생각하는 모임’과 다케다 사장·회장을 역임한 창업주 일가인 다케다 구니오는 재무적인 부담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냈다. 그러나 다케다 주주의 66%를 차지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찬성표를 던져 인수안은 통과됐다. 웨버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 절벽에 직면한 일본 시장에만 안주하면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번 M&A로 다케다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할지, 아니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 웨버와 다케다의 일본인 임원들과의 의견 불일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해외의 유능한 인재 영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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