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판매(販賣) 구매(購買) 거래(去來)

입력 2018-1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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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팀이 15일 말레이시아와의 2018년 스즈키컵 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1대 0으로 이겨 10년 만에 우승했다. 원정 1차전에서 2대 2를 기록, 2차전에선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는데 깔끔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베트남 국민들의 ‘박항서 축구’에 대한 열풍으로 축구장 입장권이 진작부터 동이 나 암표가 나돌았다. 암표 한 장이 VIP석의 경우 베트남 돈으로 1200만동, 우리 돈으로 60만 원, 베트남 노동자의 석 달치 월급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암표를 사고파는 데에도 판매나 구매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판매는 ‘販賣’라고 쓰며 각 글자는 ‘팔 판’, ‘팔 매’라고 훈독한다. 구매는 ‘購買’라고 쓰며 ‘살 구’, ‘살 매’라고 훈독한다. 어떤 물건을 값을 받고 팖으로써 소유권을 산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 판매이고, 반대로 값을 치르고 소유권을 넘겨받는 행위가 구매이다.

이런 판매나 구매는 ‘합법적’ 상행위에 대해서만 사용하는 말이다. 암표는 불법적인 상행위이므로 판매나 구매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 거래이다. 거래는 ‘去來’라고 쓰며 각 글자는 ‘갈 거’, ‘올 래’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가고옴’이라는 뜻으로서 친분관계를 이루기 위해 서로 오고감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후에 그 의미가 ‘주고받음’, ‘사고팖’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거래는 법적인 행위인 판매나 구매와 달리 사람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오가거나 주고받거나 사고파는 행위를 포괄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암표는 판매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하는 것이다. 드러내지 않고 뒤에서 이루어지므로 흔히 ‘뒷거래’라고 한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뒷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인심이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기보다는 서로가 욕심을 줄여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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