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대화방] '이색 데이트 코스' 된 성인용품 숍…남·여 기자 손잡고 들어가 보니

입력 2018-12-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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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위치한 한 성인용품 숍.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2층짜리 건물은 주변 레스토랑이나 카페 건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큰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홍대에 위치한 한 성인용품 숍. 홍대 거리 한 가운데 위치한 2층짜리 건물은 주변 레스토랑이나 카페 건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큰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성인용품 산업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태원에 1호점을 오픈한 한 성인용품 매장은 2년 만에 전국 16개 매장으로 늘어났다. 남성용 자위기구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텐가'의 제품은 3초에 1개씩 팔려나간다. 대표 상품 '오리지널 텐가'는 세계 60개국에서 7000만 개나 판매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도 성인용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내비오는 전 세계 섹스토이 시장 규모가 2020년 32조 원을 넘어서고, 연평균 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워치는 섹스토이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58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올해 6월 성인용품 판매대가 있는 '삐에로쑈핑'을 오픈하면서 대기업의 성인용품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강남·홍대·이태원·종로를 비롯한 번화가에도 성인용품점들이 속속 들어섰다. 어두침침하고 구석진 곳에서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던 성인용품점이 마치 편집숍 같은 세련된 인테리어로 탈바꿈, 젊은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 넓고 탁 트인 공간에 성인용품들을 전시해 둔 개방형 구조는 고객들이 성인용품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핵심 요소다.

16일 본지 남녀 기자가 방문한 R사 홍대점 역시 성인용품 매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홍대 거리 한가운데 자리 잡은 2층짜리 건물은 주변 레스토랑이나 카페 건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컨테이너를 리모델링해 만든 듯한 건물 디자인은 빈티지 의류숍이나 힙한 펍 같은 느낌을 줬다. 그 앞을 지나가던 커플들은 '이색 데이트코스'라는 간판에 흥미로운 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녀 기자 역시 혼이 빠진 듯 매장을 구경하고 나와서 서로가 느꼈던 점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성인용품점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상이 바람직한지, 성인용품점에 혼자 가야 하는지, 아니면 커플끼리 가야 하는지, 매장 상품을 구입할 생각이 있는지 등, 민망하면서도 전혀 민망할 것이 없는 '성'에 관한 대화를 글로 옮겨본다.

◇번화가에 위치한 성인용품점…청소년에게 유해 vs 성교육에 도움

▲매장 안에는 여러 커플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고, 커플들은 종종 매장 직원에게 상품 추천을 부탁하기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매장 안에는 여러 커플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었고, 커플들은 종종 매장 직원에게 상품 추천을 부탁하기도 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나경연 기자(이하 나): 와... 너무 적나라한데? 홍대점에 방문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홍대 거리에 학생들이 정말 많아 보였거든. 특히 중고등학생. 학생들이 너무 성인용품에 노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영대 기자(이하 한): 그러네. 되게 노골적인 용품들이 많네. 근데 역으로 생각하면 학생들이 성인용품에 노출되면 왜 안 되는데? 나는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노출시켜서 성에 대한 건전한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 같아.

나: 가보니 가학적인 성행위를 할 수 있는 용품들이 되게 많았잖아? '본디지' 시리즈라고 해서 수갑, 목줄, 밧줄, 재갈 등을 하나의 세트로 팔기도 하고. 학생들이 이런 상품을 접했을 때 성에 대해 정상적인 인식을 하기가 힘들 것 같아. 게임이나 놀이로 볼까 봐 우려되기도 하고.

한: 그건 무조건 성을 숨기고, 섹스는 성인이 되기 전에는 절대 접하면 안 된다는 공식을 주입할 때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봐. 예를 들어서 '본디지' 시리즈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소수가 가진 하나의 취향이잖아. 학생들한테 이런 취향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고 일부가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줘야지.

▲매장 안에는 오직 남자 손님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룸'이 마련돼 있었다. 여성들은 이 곳에 입장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남성들은 이곳에 혼자 들어가 은밀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매장 안에는 오직 남자 손님만 들어갈 수 있는 특별한 '룸'이 마련돼 있었다. 여성들은 이 곳에 입장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남성들은 이곳에 혼자 들어가 은밀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나: 물론 나도 청소년기의 성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봐. 외국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콘돔 착용법이라든지 피임 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해서 원치 않는 임신은 피하게 해야지. 그런데 성인용품점은 콘돔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많이 판다는 것이 좀 걸려. 예를 들면 매장 한 칸에 마련된 '남성 전용공간'의 물건들 말이야. 한 기자 다녀왔잖아. 여성은 못 들어가게 했으니 뭐가 있는지 말해줘.

한: 너무 노골적이라 내가 최대한 순화시켜서 말해볼게. 남성이 자위할 수 있는 기구들이 있어.

나: 그건 매장에도 판매되고 있잖아?

한: 매장에 전시되고 있는 건 일반적인 디자인이고, 저기 안에는 여성의 신체를 일부 모형으로 만들어 둔 자위기구가 있더라고. 그리고 야동의 장면을 캡처한 듯한 굉장히 노골적이고 야한 사진들이 걸려있어.

나: 거봐. 그런 상품이나 사진들이 청소년들에게 노출될 경우, 성관계에 대한 비뚤어진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니깐.

한: 그런데 여기는 청소년들이 출입금지라고 하던데? 1층에 물어보니까 신분증 검사를 한데. 물론 우리는 '액면가' 때문에 프리패스로 들어오긴 했지만 말이지.

나: 요새 청소년들은 얼굴로 성인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돼서 위험할 것 같은데.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점…바람직한 현상일까?

▲매장에 진열된 상품은 자위기구, 콘돔, 속옷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고, 홀로 방문한 고객보다는 커플끼리 방문한 고객들이 훨씬 많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매장에 진열된 상품은 자위기구, 콘돔, 속옷 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돼 있었고, 홀로 방문한 고객보다는 커플끼리 방문한 고객들이 훨씬 많았다. (나경연 기자 contest@)

한: 난 이렇게 성인용품점이 양지로 나오는 게 이상적이라고 봐. 특히, 자위기구의 대중적 판매는 바람직한 현상이야. 오히려 퇴폐업소에 가서 성매매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 같거든.

나: 나도 예전의 그 음침하던 분위기보다는 이런 식으로 개방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해. 사람들의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무조건 숨기고 몰래 하는 것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바뀌는 것 같아. 그런데 이렇게 우후죽순 생기다가 편의점보다 많아지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야.

한: 그런 상상 웃기긴 하다. 내가 얼마 전에 한 통계를 보니까 중국은 스타벅스 체인점보다 성인용품 판매 상점이 훨씬 많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전 세계 성인용품 70%가 중국산이래.

나: 가장 큰 문제는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거야. 최근에도 성인용품점에서 성분이 검증되지 않은 가짜 비아그라나 여성흥분제 등을 판매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잖아. 그런데 매장이 스타벅스만큼 많아진다? 그러면 그 매장들의 상품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제도부터 정비해야 할 것 같은데?

한: 물론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성인용품점이 체인점처럼 많아지면 관리 가이드라인 역시 매뉴얼화 돼서 더 꼼꼼한 품질 관리가 가능해질 것 같아. 소규모 개인 상점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대규모 기업 상점으로 관리하면 오히려 해결책이 나오겠지.

◇성인용품점 누구랑 가지? 구입할 생각은 있어?

▲수갑, 목줄, 밧줄, 재갈 등을 하나의 세트로 파는 일명 '본디지' 상품은 착용 방법을 알려주는 사진까지 상품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수갑, 목줄, 밧줄, 재갈 등을 하나의 세트로 파는 일명 '본디지' 상품은 착용 방법을 알려주는 사진까지 상품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한: 그런데 성인용품점에 커플이 많았어. 혼자 오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

나: 당연히 커플이 가야지. 커플끼리 가야 서로의 성적 취향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아냐. 애인이 있든 없든 자신만의 성적 취향이 있잖아. 누군가랑 같이 가면 그 시선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숨기게 되고, 솔직해지지 못할 거야. 성인용품점 상품 대부분은 자위기구야. 그걸 구매하는데 옆에 누가 있다고 생각해봐. 엄청 불편하지.

나: 오히려 나는 커플 용품을 구매할 경우를 생각했는데… 자위기구를 구매할 때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만약 한 기자가 혼자 오면 점원한테 적극적으로 상품 추천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한: 당연하지. 어차피 여기 직원분은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이잖아. 철판 깔고 물어볼 수 있지. 그리고 이런 곳에서 일할 정도면 성에 관해 누구보다 개방적인 사람일 테니, 더 부담 없이 물어볼 거야. 평소에 궁금하던 것도 말이지.

나: 평소에 궁금하던 것? 평소에 궁금한 게 얼마나 많았던 거야. 보니까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고. 자위기구 같은 게 여성용은 거의 10만 원에서 20만 원 하던데, 구매할 사람이 많을까? 너는 살 생각이 있어?

한: 내년 정도에 돈이 모이면 한 번쯤 사 볼 의향은 있어. 그런데, 이거 기사에 나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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