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안드레스 마누엘 오브라도르 신임 멕시코 대통령이 중국의 중남미에 대한 야심을 지렛대 삼아 미국-멕시코 국경과 중미 캐러밴(이민자 행렬)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주 중미 캐러밴 문제 해결을 위해 ‘신 마샬플랜’을 발표했다. 중남미 국가에 인프라를 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300억 달러(약 34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해 고국을 탈출하도록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오브라도르의 목표다.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예산을 확대 투자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이다.
멕시코 정부가 미국과 각을 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NYT와 인터뷰한 익명의 멕시코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민자 정책을 두고 갈등하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트럼프 정부에 이민자들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식의 요구는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북아메리카로 몰리는 사람들을 U턴 시키기 위해 공공·민간 투자와 에너지 분야 개발 등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는 정책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과 가까운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인프라 확충에 거액을 투자하고 이들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4일 중남미의 섬나라 파나마를 국빈방문해 무역, 인프라, 은행, 관광 등 분야에서 18개 협정을 맺고 1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파나마는 중남미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앞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30개의 농업·투자 협정을 맺고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8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윌슨멕시코연구소의 던컨 우드 소장은 “중남미 내 영향력 경쟁은 오랫동안 지속했고, 중국 정부는 인프라와 에너지 시설 확충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중남미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멕시코가 미국과 협상하는 데 주요한 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중에서도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바로 맞대고 있다. 멕시코 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미국이 전혀 원치 않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멕시코와 경제 분야를 넘어 군사적으로도 협력을 긴밀히 해 멕시코 항구에 잠수함을 배치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이는 미국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거라고 NYT는 내다봤다.
멕시코는 미국으로 가는 ‘통로’에서 ‘제2의 목적지’가 됐다. 언젠가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멕시코에 망명 신청을 해 머물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매해 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임 정부들과 달리 이 이민자들을 멕시코 사회에 끌어들이고, 근본적으로 이들이 북쪽으로 이동해 오는 일이 없도록 프로젝트를 위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티후아나 대학의 로돌포 크루즈 피네이로 인구연구 담당 국장은 “멕시코는 미국을 위해 지역을 관리할 수 있으나, 대신 미국이 경제적인 지원을 하길 요구한다”면서 “미국이 이에 어떻게 응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