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은행 성공 요건] 중금리대출 확대·상품 혁신… 금융판 흔들 ‘메기’돼야

입력 2018-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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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데이터 활용 CSS 차별화...사업 다각화 위한 제도 개선 필요

이달 중 발표될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추진 방안에 따라 내년 상반기 안에 제3의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예정이다. 예대업무에 주력하던 은행 판에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뱅킹(Banking)’이 들어와 은행업의 혁신성과 경쟁력을 키운다는 강점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직 메기효과를 불러오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나오는 건 이르지 않냐는 우려도 있다. 한발 앞으로 다가온 제3의 인터넷은행 출현, 성공 요건을 짚어본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로 명분과 실리 챙겨야 =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는 ‘중금리’ 대출에 있다. 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에 낀 10%를 웃도는 중간금리의 대출을 적극 늘려야 한다. 개인 신용평가(CSS) 모델을 고도화해 상대적으로 신용이 저평가된 차주를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세 번째 인터넷은행도 중금리 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설립 명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9월 말 기준으로 케이뱅크는 중금리(6~10% 미만) 취급 비중이 28.3%로 6대 시중은행(KB국민·KEB하나·신한·우리·IBK기업·NH농협) 평균인 12.1%보다 높다. 또 중금리 대출 상품인 ‘슬림K 신용대출’은 모든 등급구간에 걸쳐 타 은행보다 금리가 낮았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중금리 취급비중이 1%대에 머물러 있다. 6% 미만 금리 비중은 98.3%에 달하지만 대부분 4% 미만 등 여전히 고신용자 중심이다. 카뱅 측도 이러한 문제에 공감하고 내년부터 중·저신용자를 위한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중금리대출 상품의 규모를 5조1000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회가 9월부터 은산분리 규제의 벽을 무너뜨린 것도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힘을 싣는다. 중금리 대출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상품이기 때문에 은행 차원에서 적립금을 많이 쌓아야 대출을 늘릴 수 있다. 은행은 BIS 기준 자본비율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은산분리 규제가 해제된 이후 케뱅과 카뱅은 자본금 확충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금리 대출을 위한 좀 더 적극적인 영업의 문이 열린 것이다.

◇빵빵한 자본금과 탄탄한 주주구성 = 제3의 인터넷은행이 예금·대출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영업하며 신사업 분야에서 자유롭게 서비스할 수 있으려면 현재 인터넷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 사태를 봤을 때 실탄이 풍부한 회사가 뛰어들거나 탄탄한 대주주를 보유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3분기 모두 적자를 내면서 3분기 연속 순손실을 나란히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3분기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적자 폭을 줄이며 내년 흑자전환 가능성이 커졌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 어려움에 자산 성장도 제자리걸음이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통과로 은산분리 완화의 길이 열려 현재로선 자본금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는 판은 마련된 상태다. 이제 자본확충은 주주들의 협조에 달렸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라는 대주주 아래 단순한 주주구성(9개 회사) 체제에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순탄하게 1조 원을 확보했다.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1조3000억 원이다. 반면 케이뱅크는 20개 사 이상의 주주 구성을 보유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매번 애초 계획됐던 규모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진 배경이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000억 원 수준이다.

◇비금융 데이터 활용한 CSS고도화 = 앞으로 제3의 인터넷은행이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신용등급 체계와 차별화된 CSS(개인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지도 성공 요건 중 하나다. 인터넷은행은 CSS 모델 고도화를 통해 신용정보가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 및 중·저신용자 등에 대한 중금리대출 확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케이뱅크의 경우 주주사인 KT와 협력해 통신요금과 단말기 대금 납부 실적, 로밍 빈도 등 통신정보를 활용해 CSS 모델 고도화를 이뤄내고 있다.

아직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지 못한 인터넷은행은 대출자산의 만기 도래에 따라 여신 성장성이 둔화하면 대손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할 위험이 있다. IT기술과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CSS 모델을 기존은행과 차별화할 수 있으면 건전성 저하에 따른 대손 비용이 발생해도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 자유롭게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현행 신용정보법상 금융회사가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에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CSS 모델 고도화를 이뤄내기에 한계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 카카오 선물하기 등의 데이터를 축적해 유통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결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데이터를 바로 신용평가 등급으로 치환하기에 부족하고, 정보를 모으더라도 비식별 조치를 통해 빅데이터화하는 길이 막혀 있어 CSS 고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사회초년생·주부를 위해 납세내역·통신비 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신용평가 대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커 이뤄질지 미지수다.

◇‘은행의 재해석’… 혁신적 상품 모델 나와야 = 인터넷은행의 ‘메기 역할’은 시중은행과의 차별이 전제조건이다. 만약 제3의 인터넷은행이 지금처럼 우량 차주를 상대로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위주의 사업만 펼칠 경우 금융권 혁신은 고사하고 ‘메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존 영업 방식을 탈피할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규제에 막혀 시중은행과 유사한 영업방식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은행산업의 경쟁도 현황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도가 ‘완전경쟁구조에 가까운’ 과점 또는 독과점 경쟁으로 평가했다. 은행의 영업 방식이 대부분 예대부문에 집중하고 있고 대출 부문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됐다고 본 것이다. 기존 상품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거나 가격인하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에만 집중할 경우 전반적인 부실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금융소비자의 후생을 높이는 건전한 경쟁은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과 ‘혁신’인 셈이다.

이를 위해선 제도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해외 인터넷은행의 최근 현형과 시사점’에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가진 인터넷은행이 설립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전형적인 예대 업무 중심인 만큼 새롭게 시장에 진입할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차별화한 사업 모델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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