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 3분기를 정점으로 하강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이어진 가운데 내년 설비투자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EMI(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는 현지시간 17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지출액이 총 557억8000만 달러(약 62조9000억 원)로, 올해보다 7.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9월 보고서에서 올해보다 7.5% 증가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675억 달러, 약 76조252억 원)를 기록한다고 예상한 데서 크게 물러선 수치다.
보고서는 낮은 전망치를 예상한 원인으로 주요 업체들의 설비투자 계획 조정, 메모리 제품 가격 하락세를 꼽았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내년 설비투자 전망치는 종전 '3% 증가'에서 이번 보고서에서는 '19% 감소'로 대폭 낮아졌다. 메모리 업계 가운데서도 D램 부문(23% 감소)이 낸드플래시 부문(13% 감소)보다 설비투자 규모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고 전망됐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의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20억8700만 달러(약 13조600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보다는 무려 34.7%나 줄어들면서 '글로벌 역성장'을 주도한다고 관측됐다.
보고서는 "삼성전자는 평택의 P1·P2 생산 라인과 화성의 S3 생산 라인의 설비투자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SK하이닉스도 내년에 D램 공정 확장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내년 설비투자 규모가 105억 달러(약 11조8272억 원)로, 올해보다 28%나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 워낙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내년에 큰 폭으로 줄어도 예년 수준 이상일 것"이라면서 "다만 중국계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걱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