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뒷말’을 대하는 까칠한 자세

입력 2018-12-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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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먹고살기 힘들다고 한다. 내년엔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거라며 다들 걱정이다. 지지한 정치인을 들먹이며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고 어렵사리 마련한 아파트값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진작에 팔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다 부질없는 것인 줄 알면서도 흥이 나지 않는 서민의 연말엔 ‘그때 다른 결정을 했었더라면’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소주 한잔에 “다음에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는 정도였다면 좋지만, 굳이 남 탓을 할 때부터 잘못은 시작된다.

뒷말은 듣는 사람에게 공감을 얻는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 말하는 사람은 똑똑해 보이나 계속 듣다 보면 ‘나 못났소’라며 자기 못남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 같아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뒷말은 자기반성 없음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어서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는, 혹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우리에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이다.

무척 위험한 자기 정당화 화살이 결국 남 탓을 하는 못난 사람에게 겨누어지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기 때문일까. 뒷말하는 사람치고 일이 제대로 잘 풀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비슷하게 보이는 뒷담화와 뒷말의 의미는 엄연히 다르다. 뒷담화는 당사자가 없는 와중에 폄하하고 지적질하는 걸 의미한다. 반면 뒷말은 동조하는 것처럼 같이 일을 벌였다가도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슬쩍 발을 빼면서, 자기 생각이 원래 달랐다고 사실을 왜곡해 하소연하는 모양새를 말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리더의 판단이 너무 독단적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둥 다른 이들의 동정을 대놓고 바란다. 좀 과할 때는 ‘이때다’ 싶어 리더의 실수를 밟고 올라서려는 욕심의 끝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패할 줄 알았다”며 자만과 비열의 끝을 보여주는 것 또한 뒷말이다. 이로 인해 차라리 뒷담화가 인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말하는 주체도 욕먹고, 듣는 사람도 어이없게 할 뒷말은 과연 어떤 때, 어떤 종류의 사람이 하는 언행일까. 경험에 비추어보면, 뒷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은 자격지심이 강한 사람이다. 딱히 누군가에게 못 미치지 않더라도 스스로 ‘유아독존’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높은 피해의식이 작용한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딱히 약도 없다. 그대로 못 들은 척 무시하든지 ‘그래야 했을걸’이라며 미안함의 말 한마디 거들고 있자니 결과를 뻔히 보고 하는 지난 계획이야 누구든 못 할까 하는 어이없음에 영 밉상으로 보인다.

간혹, ‘그 나물에 그 밥’의 동족들만 남아 서로의 뒷말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걸 보면 그 또한 가관이다. 그 안에서도 호시탐탐 이간질과 유언비어, 뒷담화의 표적은 끊임없이 공작되기에 뒷말하는 작자와는 이후 멀리해야 한다. 적어도 뒷말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하나가 열을 말해준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는다.

뒷말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 상대에게 명확한 의견을 구체적으로 구함으로써 결과의 책임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에게는 도전의 용기부터 칭찬하고 이어 실패의 원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주자. 재도전의 기회가 오면 응당 맞서야 할 주체임을 알려주고 비로소 성공했을 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자.

뒷말은 받아주는 사람에게 찾아오고, 받아줘 버릇을 들이면 나 또한 그 나물에 그 밥이 된다. 상종하지 말고, 차단해야 하며, 맞장구치지 않으며, 나쁜 행동이라고 말해줘야 한다.

살면서 남 탓 한번 하지 않고 어찌 살겠냐마는 과정을 무시한 결과론적인 책임 회피는 그 자체로 나쁘다. 뒷말하는 사람들은 보는 즉시 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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