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7000억 원 규모의 LCD 유리기판 투자를 다시 한 번 연기했다. LCD 시장 상황이 악화되는 데다 주요 고객들이 LCD 대신 OLED로 집중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2012년 투자를 결정한 뒤 6년째 장고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23일 LCD 유리기판 투자 기간을 기존 올해 연말에서 내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2012년 4월 LCD 패널의 필수 소재인 LCD 유리기판의 증설 투자로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7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LCD유리기판 시장 규모는 17조 원에 달하지만 코닝, 아사히글라스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시장 참여자 확대와 소재 국산화 측면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LG화학이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LCD 시황 악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LCD 패널은 중국 업체로 인해 초과 공급이 나타나며 가격이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상승 반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중국 현지 LCD TV 수요가 둔화되고 내년 중국 업체 2곳이 신규 10.5세대 LCD 생산시설을 본격 가동할 예정이어서 LCD 패널 가격 약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장기적인 패널 전략을 LCD에서 OLED로 옮겨가는 추세라는 점도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에선 중국에 비해 한국의 LCD 라인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 역시 OLED라인으로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며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LG화학은 최근 핵심사업과 신성장동력 확대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2020년까지 매출을 36조 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 기초소재 부문의 고부가사업 및 관련 원료 확보, 자동차전지 및 소형·ESS 경쟁기반 강화 등을 위해 시설투자 3조8000억 원, 연구개발(R&D)에 1조1000억 원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투자의 우선순위가 있는 상황에서 부진한 LCD 유리기판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규모를 줄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제품 공정을 개선해서 지금 있는 공장을 잘 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고 많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으며, 증설은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소재, 전지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LG화학이 경쟁우위를 갖기 위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LCD 유리기판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