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 부장판사)는 이모 씨가 유안타증권과 유안타증권 직원 최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유안타증권은 이 씨에게 9억여 원을 물어줘야 한다.
양측의 갈등은 D상장사의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진 데서 비롯했다. 앞서 D사 대표 이모 씨는 2015년과 지난해 수차례 유안타증권에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 씨가 받은 대출금은 기존 대출 잔액와 추가 대출을 포함해 총 27억 원 어치였고, 유안타증권에 제공된 주식은 총 112만 주였다.
이후 유안타증권은 이 씨에게 2017년 3월 30일 주식 정규시장이 열리기 전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유안타증권은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채권회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주식을 임의 상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유안타증권은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아 63만 주를 하한가에 처분했으나 같은 날 뒤늦게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가 제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씨는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됐다는 사실만으로 채권 회수가 현저히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며 “계약상 근거 없이 담보주식을 임의 상환 처리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씨가 주장한 손해액은 대출 만기시점의 시장가와 매도가액의 차액에 해당하는 11억여 원과 경영권 프리미엄 상당의 손해 64억여 원 등이었다.
재판부는 이 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유안타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코스닥상장 공시규정은 반기보고서 또는 분기보고서를 법정제출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은 경우 해당 종목을 관리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규정할 뿐 감사보고서가 지연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규정이 없다”며 “감사보고서가 늦게 제출된다고 해서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로 나올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D사가 한 때 대출 불가 종목으로 지정되고, 3년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지속된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졌다고 해서 기업가치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중대한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씨가 입은 손해액을 대출 만기일 기준이 아닌 담보주식 전날 종가와 매도액 차이로 계산해 9억20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유안타증권이 대출 만기일에 담보주식의 주가 상승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권 프리미엄 손해액 중 6억5000만 원 배상 요구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의 주식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유안타증권 직원 최 씨에 대해서는 “임의 상환 결정에 관여한 증거가 없다”며 이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