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글로벌 금융시장 8대 리스크] 무역전쟁·이란제재·FOMC… 곳곳이 ‘트럼프 암초’

입력 2018-12-31 06:00 수정 2019-01-0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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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중국 경기둔화도 시장 불안 고조시킬 듯

2018년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미국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혼란과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다소 암울한 마무리를 하게 됐다. 2019년 출발도 그다지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새해를 앞두고 월가에서 주목하는 ‘2019년 8대 리스크’를 정리했다.

①美연준, ‘마이웨이’ 고수할까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에 경기 둔화가 가속화하고, 수입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강해지면 연준이 마지못해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JP모건체이스는 28일(현지시간) 투자자 노트에서 “연준이 내년 3월 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는다면 내년 1분기 뉴욕 증시는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한 차례 더 강세장이 연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 가능성도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새해 초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의 회담이 추진되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 수도 있다. 다만, 연준이 올해 보여온 행보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트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②다시 피어오르는 트럼프 ‘탄핵론’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상원 과반수를 차지한 공화당 의원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로버트 뮬러 특검이 결정적 증거를 잡으면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의 책임을 물으며 이탈하는 의원이 나올 수 있다.

탄핵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대통령 탄핵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불확실성에 놓일 수 있으므로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다. 맥라티어소시에이션의 스티브 오쿤 수석 고문은 25일 CNBC에서 “민주당에 의해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든 아니든 간에 정치적 논의가 치열하게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트럼프 정부의 손발을 묶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초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등 보호주의적 경제정책을 펴면서 미국 기업들은 해외에서 불이익을 받게 됐다. 게다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돌입하면서 정치적 불안은 경제적 불안으로 확산해 미국 증시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급락했다.

③중동의 ‘뇌관’ 이란과 사우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명확한 위험 요소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핵 무장’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다시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이란의 맞수 사우디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란 시나리오다. 이러한 상황에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가 국제 사회에서 궁지에 몰리면서 사우디는 더욱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우디는 미국의 최대 무기 수출국인 만큼 만약 사우디가 핵무기에 대한 집념을 강화하면 미국도 강하게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미 의회는 사우디와 핵 개발 협력을 하는 대신 사찰하는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④미·중 치킨게임 중단할까

미·중 관계도 커다란 변수다. 현재 양국은 3개월 기한으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 한 해 서로 치받았던 양국이 ‘공멸’의 길을 접고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간 갈등이 관세 같은 표면적 이유보다도 ‘미래 패권’이라는 근본적 요인을 둘러싸고 있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안에 극적인 합의를 이뤄낸다면 시장에는 진짜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 전쟁의 고통을 내년부터 본격 체감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올해 무역 전쟁에 대한 뉴스가 S&P500지수를 6% 낮추는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에서는 기업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2조 달러나 증발했다. 블룸버그는 미·중이 서로 관세를 더는 올리지 않더라도 세계 성장 둔화와 수요 위축은 내년 세계 교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⑤중국 경제 악화 어디까지

미국과 무역 갈등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둔화도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치명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제조업과 수출에 힘입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으나 내수 주도형 경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으로 인해 힘이 많이 빠진 상태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2%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그 영향이 경제 곳곳에 침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각각 6.2%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최근 “미국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심리적인 것에 불과했다”며 “실질적인 타격은 2019년에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경제 둔화로 중국 지도부가 가장 싫어하는 ‘실업 증가=사회 불안’이 증폭되면 시진핑 집중 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⑥딜이냐 노딜이냐…돌파구 못 찾는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미지수다. 1년 반 전 영국이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한 이후 하루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브렉시트는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로선 내년 3월 말 영국이 EU와의 탈퇴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무질서하게 떠날 것이란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EU와 영국은 지난달 25일 ‘브렉시트 합의문’에 정식 서명했으나 영국 의회에서 강한 반대에 부딪혀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시장 타격은 물론 세계 경제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중심으로 브렉시트를 뒤집기 위해 국민투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재투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영국 정부는 이미 노 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⑦변동성 일상화 부추기는 ‘프로그램 매매’

이번 연말 미국 증시는 ‘9회말 역전 만루 끝내기 홈런’처럼 극적인 반전의 연속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급락했던 다우지수는 26일(현지시간)엔 사상 처음으로 하루 만에 1000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27일에도 지수는 장중 600포인트 가량 떨어졌다가 장 막판에 저점 매수를 노린 단타족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급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프로그램 매매에 의한 비정상적인 변동이 일상화할 위험을 부각시킨다. 프로그램 매매란 일정 규칙에 따라 거래를 위해 미리 설정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실시하는 매매다. 프로그램 매매 대상은 현물 주식에서부터 주가지수 선물, 옵션 등의 파생상품까지 다양하다. 시장조사업체 탭그룹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퀀트 투자 비중은 28.7%에 달하는데, 이 같은 프로그램 매매 증가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한 요인이다. 퀀트 투자 비중은 2013년 이후 두 배 이상 높아졌다.

⑧가상화폐 시장의 몰락

1년 전, 과도한 투자 열기로 규제 철퇴를 맞은 가상화폐 시장은 ‘거품 논란’이 무색할 정도로 힘이 빠졌다. 한때 가상화폐 붐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애니멀 스피릿(동물적 본능)’을 자극하면서 다른 자산으로도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완전히 무너지면 그 파급효과로 다른 자산에서도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CNBC 조사에서는 2018년에 주식과 미국 국채, 회사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자산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거나 작년과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시장도 비트코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가상통화가 폭락했다. 올해 초 2만 달러를 넘나들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4000달러를 넘기기도 힘겨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의 앞날에 대해 비관적으로 돌아서면서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7000억 달러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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